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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4293156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4-10-15
책 소개
목차
시스템 다이어리
캠퍼스 노트
그림 엽서
메모 패드
리뷰
책속에서
혼자 지내게 되고 처음으로 편의점에서 주먹밥을 샀을 때 그 가벼움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도시에는 과식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나는 다섯 개를 먹어도 부족하지만 비싸서 세 개 정도로 타협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나쓰코 씨가 만들어준 주먹밥을 한입 가득 먹는 꿈을 자주 꾼다.
취직하고 도쿄로 혼자 나와 살면서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지 새삼 깨달았다. 이사 한 달 전부터 나쓰코 씨한테 집안일 특훈을 받아서 청소와 세탁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요리는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전기밥솥 사용법만 간신히 익혀서 인스턴트 된장국과 마트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반찬을 살 수 있는 편의점과 슈퍼가 집 주변에 많아서 이곳저곳 다녀봤지만 사 먹는 반찬 맛에는 아무래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주린 배는 채워져도 안도감과 편안함을 얻을 수가 없었다. 도쿄로 온 후로 뭔가를 먹고 마음이 채워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오늘 낮에는 큰마음을 먹고 노포 양식당에서 치킨라이스와 새우튀김을 먹었다. 콩소메수프와 미니 샐러드가 딸린 메뉴였다. 높은 가격에 조금 움찔했지만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인 셈 치기로 했다.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맛이 나쓰코 씨와 백화점 식당에서 먹었던 햄버그스테이크와 새우튀김을 떠올리게 했다.
나쓰코 씨랑 같이 먹으면 좋았을 텐데. 오늘 점심, 나쓰코 씨는 무엇을 드셨을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후미 마담의 한마디에 나는 머뭇대며 장미를 내밀었다.
“나한테 주는 거니? 세상에, 내가 받아도 되는 거야?”
“이것뿐이라 죄송합니다. 튀김집 사장님한테 여기 주소를 받았는데 이렇게 대단한 곳인 줄 미처 모르고……. 낮에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내가 내민 장미 한 송이를 후미 마담은 두 손으로 받으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별말씀을. 나야말로 예쁜 장미까지 준비해줘서 고맙지. 잠깐 앉았다 가렴.”
그러자 총지배인이 의자를 빼주었다.
“아, 아니에요. 바쁘실 텐데 저는 바로 가보겠습니다.”
“무슨 소리! 여기는 클럽이야. 발을 들인 분께 아무것도 내지 않고 보내는 경우는 없어. 근데 너는 몇 살이니?”
내가 열여덟이라 대답하자 후미 마담은 “아쉽네. 샴페인을 딸 핑계가 사라졌군” 하고 웃었다.
(…)
“새빨간 장미 한 송이가 어떤 의미인지 아니?”
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바로 ‘첫눈에 반했다’는 뜻이야.”
그때 내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을 것이다. 정말로, 그 말 그대로 나는 후미 마담에게 첫눈에 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