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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4357049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4-11-2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한시가 당신의 삶에 들어온다면
1장 한시의 초대에 응하며
우리가 한시에서 얻는 것
한시는 나를 멈추게 한다 | 〈봄산의 달밤〉, 우량사
한시는 고난의 동반자이다 | 〈산 서쪽 마을에서 노닐며〉, 육유
한시는 더 나은 나를 꿈꾸게 한다 | 〈술을 앞에 두고〉, 백거이
한시는 영감을 준다 | 〈봄밤에 내린 기쁜 비〉, 두보
한시는 소통의 도구다 | 〈겨울 경치〉, 소식
한시는 자연을 가깝게 느끼게 한다 | 〈남쪽 호수의 이른 봄〉, 백거이
2장 강변에 꽃이 흐드러지니 이를 어쩌나
은은한 그리움에 관한 시들
잊지 못할 봄 | 〈강변에서 홀로 거닐며 꽃구경을 하며〉, 두보
이 밤의 값을 헤아릴 수 없다 | 〈봄밤〉, 소식
가라앉은 배 | 〈백거이를 양주에서 처음 만나 술자리에서 받은 시에 답하여〉, 유우석
걷는 기쁨 | 〈매화 찾아 눈길을 나서다〉, 맹호연
내면을 들여다보다 | 〈도를 깨닫다〉, 비구니
꺾이지 않는 마음 | 〈매화를 찾아〉, 석원조
한가로움을 훔치다 | 〈학림사 승방에 쓰다〉, 이섭
내 삶의 양지 | 〈어린 아들을 생각하며〉, 두보
3장 해가 긴 날 잠에서 깨어 멍한 채로
고요한 깨달음에 관한 시들
한낮의 상념 | 〈초여름 잠에서 깨어〉, 양만리
장맛비를 견디며 무지개를 만들다 | 〈장맛비 내리는 망천장에서 짓다〉, 왕유
특별히 유난한 사랑 | 〈빗속에 큰딸아이 가는 걸 만류하며〉, 김시보
참된 사치 | 〈관사의 작은 정자에서 한가로이 바라보며〉, 백거이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 〈취했다 깨어〉, 황경인
만 리에 부는 바람 | 〈괴로운 더위〉, 왕유
비움에서 오는 서늘함 | 〈복날〉, 유극장
돌아갈 집, 함께할 사람 | 〈밤에 배를 타고 아내와 술을 마시며〉, 매요신
4장 인생의 즐거움이 어찌 많음에 있으랴
향긋한 쓸쓸함에 관한 시들
세상의 모든 두보에게 | 〈초가을 몹시 더운 데다 문서는 끊임없이 쌓여가고〉, 두보
고요히 숨은 아름다움 | 〈막 비가 갠 후 산 위에 달이 떠〉, 문동
문득 시간이 낯설다 | 〈여관에 묵으며〉, 두목
단 한 사람의 시인 | 〈술을 마시며〉, 도연명
인간적인 것은 모두 내 마음을 움직인다 | 〈도연명을 모방하여〉, 위응물
경성 제일의 전 | 〈국화전〉, 최영년
고향 음식 | 〈장안의 늦가을〉, 조하
일흔아홉에 휘파람을 불며 | 〈칠월 십칠일 밤 새벽에 일어나 아침까지 이르다〉, 육유
5장 세월이 나는 새처럼 지나간다는 것을 알기에
따뜻함을 기다리는 시들
옅은 햇빛 | 〈모진 추위〉, 양만리
물의 꽃 | 〈눈을 읊다〉, 오징
쿵 하고 떨어지는 꽃 | 〈동백꽃〉, 관휴
태양이 침묵하는 숲 | 〈동짓날 밤에〉, 백거이
봄빛을 그리다 | 〈세밑 밤에 회포를 읊어〉, 유우석
슬픔을 받아들이는 예민함 | 〈계유년 제야에 애도하여〉, 심의수
괜찮다, 괜찮다 | 〈세밑에 고향에 이르러〉, 장사전
기쁜 일이 넘치기를 | 〈새해〉, 유창
6장 한시가 일상이 되다
한시를 즐기는 요령
자구 해설
작가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일로써 한시를 읽었다. 시험 치고 논문 쓰고 번역하며 읽었던 한시는 좋은 작품이었지만 나의 삶에 직접 간여하지는 않았다. 일은 일이고 나의 삶은 다른 얘기였다. 그러다 덜컥 중병에 걸렸고 오랜 치료를 받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오래 알고 지냈던 친구인 한시에 손이 갔다. 사실 두꺼운 책을 읽기엔 체력이 달렸고 무엇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실존적 고민으로 머리도 무거웠으므로 겨우 짧은 한시나 읽을 수 있었던 현실적 이유가 컸다. 별 기대 없이 펼치자 덤덤한 연구 텍스트였던 한시가 돌연 생생하게 숨 쉬더니만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보여 주었다. 시인이 낡은 책에서 걸어 나와 때론 따스한 시선을, 때론 고요한 평안함을, 때론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혹은 다정한 충고를 전해 주기 시작했다.
- ‘프롤로그’에서
한시를 나의 삶에 들이는 것은 시끄러운 세상으로부터 문을 잠시 닫고 시인이 보여 주는 장면과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시인이 보여 주는 사랑스러운 풍경에 몰입하거나 그의 진심 어린 목소리에 집중하면서 서서히 나는 세상과는 무관한, 시적인 공간과 시간 속에 있게 된다. 이 순간만큼은 나 자신에 집중하여 내가 정말 원하는 것, 내가 내고 싶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으며 지금 처한 상황에서 한걸음 떨어져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다. 시를 한 편 읽는 것만으로 들뜨고 불안한 나로부터 고요하고 차분한, 나다운 나를 만날 수가 있는 것이다.
- ‘1장 한시의 초대에 응하며’에서
얼마 전에 주차장에서 들은 나이 지긋한 두 어르신의 대화가 생각난다. 한 분이 다짜고짜 “저게 뭐여?” 하고 물으니 상대는 듣지 않고 본인 말만 하고 있다. 재차 “저게 뭐냐고?”라 몇 번이나 물으니 그제야 “뭐가?”라 대답한다. “저 환하고 이쁜 꽃이 뭐냐고?”라 물으니 큰 소리로 “뭐긴 뭐야 목련이지. 처음 봐?”라고 하자 “난 처음 봐… 이렇게 이쁜 거.”라는 말씀에 내가 멈칫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슬픈 대화인가. 아름다운 것이 눈에 들어오는 때를 이제야 맞으셨다. 그러고 보니 난 어제도 꽃밭에서 홀로 꽃 사진을 공들여 찍던 중년 남성을 보았다. 두보가 요즘 태어났으면 이들 대열에 반드시 끼었으리라.
- ‘2장 강변에 꽃이 흐드러지니 이를 어쩌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