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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4462002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5-01-1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일본여자 시라키 레이의 딸
제가 시라키 레이의 아들입니다
순정한 시간
그 아이 연희
비운의 국가대표 선수
오수도리 산장의 남자
주호와 연희의 <마음산책>
연어와 마가목
그해 크리스마스 선물
유강표와 시라키 레이의 화려한 연애 시절
주호가 몰랐던 연희
낯선 곳에서도 우리를 견디게 하는 것들
그리고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저마다 아버지들이 산에서 나무를 베어와 톱과 자귀와 대패로 아들의 스키를 만들어 주었다. 스키 앞머리는 불에 바짝 달구어 힘을 주어 휘었다. 스키에 신발을 끼우는 앞 바인딩은 깡통을 오려서 만들고 뒤축을 고정시키는 뒤 바인딩은 철사를 꼬아 앞뒤로 끈을 묶어 신발을 고정시켰다. 스키화는 눈 위에서 신는 고무장화를 사용했다. 검정 운동화보다 장화가 뒤축이 높고 든든해 나무스키를 발에 묶기가 좋았다. 양말도 두툼하게 신을 수 있었고, 신발 속에서 발목을 놀리기도 편했다. 스키 폴도 대나무로 만들었다.
여기 산장뿐 아니라 대관령 마을의 집집마다 마당 한 귀퉁이거나 헛간 뒷벽에 가지런히 쌓아놓은 장작을 보면 그 장작들이 영락없이 그 집 아버지의 모습을 닮았다. 장작을 패 쌓아놓은 솜씨 하나에도 고태복의 집에는 고태복 아버지의 무늬가 있고, 그의 집엔 그의 아버지가 살아온 삶의 무늬가 배어 있었다. 장작 하나에도 그 나무와 그것을 팬 사람의 내력과 인품이 나타나고 삶의 결 같은 것이 드러났다.
길 아저씨의 지론은 간단했다.
“열심히 일만 하며 지나가는 시간이나 인생을 즐기며 지나가는 시간이나 다 똑같이 귀한 ‘그때의 시간’이지. 열심히 일하고 나중에 폼나게 즐기려 하면 ‘그때의 시간’은 이미 사라져 버리고 없는 거야. 그건 청춘의 시간도 마찬가지고 장년과 노년의 시간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인생은 그때의 시간으로 즐겁고 의미 있게 살아야 하는 거라고. 인생에서 다음이란 미래의 시간이 아니라 언제나 현재 접근할 수 없는 과거나 마찬가지의 시간이지. 지금 할 수 없는 것을 다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다음에 가면 그건 또다시 그때의 시간으로 접근할 수 없는 다음이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