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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4847007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5-06-30
책 소개
목차
추천사
소리, 기억을 부르다
기억, 지우지 못한 이야기
역관에서 역적으로
보호색
끊어진 실낱
벙어리와 봉사 딸
손수건
공양미 삼백 석
처녀를 삽니다
운명의 선택
두 마리의 새
비밀과 거짓말
장가방의 백 부자(父子)
가짜 오누이
봄나들이
꾀꼬리 한 쌍
위험한 부탁
진짜 오누이
효녀의 진심
오래된 비밀
기훈의 속내
삼 년 만의 귀향
뜻밖의 만남
떠나야 할 시간
이야기, 소리로 되살아나다
떠도는 이야기, 소리가 되다
뺑덕의 눈물
넝쿨내 소리판
소리는 살아 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뺑덕이란 이름이 썩 내키는 건 아니었다. 그것은 약전현의 외가 바로 옆집에 살던 ‘동네 바보’ 팔복이가 병덕을 부를 적에 쓰던 이름이었다. 병덕이 외가에 머물 때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서는 “뺑덕아, 뺑덕아” 노래를 부르다시피 하였으니, 어머니에게도 그 이름이 귀에 익은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름의 좋고 나쁨을 가릴 형편이 아니다.
뺑덕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자기 앞에 바투 서 있는 처녀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아!’
숨이 멎는 듯했다. 세상에서 그토록 맑은 눈망울은 처음이었다. 천상의 선녀가 땅에 내려온다면 그 얼굴에서나 찾아봄직한 눈망울이었다. 그 순간 뺑덕의 머리에 무언가 번쩍 스쳤다.
‘네가 바로 청이구나! 눈먼 아비의 눈망울이 될 슬픈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아이.’
“뭘 그리 빤히 쳐다봐?”
청이가 두 눈을 끔적이며 물었다. 당황한 뺑덕은 얼굴을 모로 돌리며 강 건너를 보는 척했다.
마침내 청이가 앞으로 두어 걸음 내딛는가 싶더니, 희뿌연 허공 속으로 한 마리 흰 새처럼 몸을 던졌다. 불곰과 족제비를 비롯하여 뱃머리 쪽에 몰려 있던 선원들이 일제히 갑판 위에 넙죽 엎드렸다. 그것이 용왕께 바치는 절인지, 청이를 위로하는 인사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모두의 이목이 뱃머리로 쏠린 틈을 타, 고물 쪽에선 또 한 마리의 새가 몸을 날렸다. 옆구리에 기다란 널빤지를 낀 채로였다. 하지만 짙은 안개와 파도 소리로 인하여 아무도 그것을 알아채지는 못하였다. 그저 십 년에 한 차례 돌아오는 남경 상인들만의 거사를 무사히 치른 것에 안도하며, 제 갈 길로 멀어져 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