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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5085637
· 쪽수 : 330쪽
· 출판일 : 2016-08-05
책 소개
목차
1. 상실의 계절
2. 요시하라 모모에
3. 비가오면 우산이 필요해
4. 화림이의 첫 번째 편지
5. 여름으로 가는 길목
6. 걷다 보면 어딘가는 가 있겠지
7. 모모에의 빨간 우산
8. 똑똑똑 문을 두드리면
9. 화림이의 두 번째 편지
10. 가을바람
저자소개
책속에서
[화림은 내가 사랑하는 여자이다. 내가 사는 이곳에는 그녀는 없다. 마지막 작별의 인사도 하지 못한 채 그녀는 나는 가본 적이 없는 죽음 저 너머의 어디론가 떠났다. 그 후로 나는 현실과 멀어져 갔다. 내가 아는 모든 인연으로부터도 멀어졌으며 나의 인간적인 성숙도 멈추게 되었다. 내게서 흘러가는 것은 시간뿐이지만, 시간도 내게는 무심했다. 나는 무심한 이 세계에 마지못해 사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일까. 점심나절에 먹은 김치찌개는 얼큰함이 없었다. 이마에 땀은 흐르지만 개운함을 모르겠다.]
[번화가 뒷골목 허름한 선술집에서 홀로 술을 마신다. 투명한 소주잔에 화림의 모습이 서려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녀 안에 그녀를 나는 알지 못하여도, 그녀 안에 그녀이든, 눈에 보이는 그녀이든, 그녀 안에 그녀를 찾아 나선 그녀이든, 분명 그녀들은 내게서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다. 그 단 한 사람을 생각하며 나는 취해갔다.]
["시골 학교에서 도쿄로 전학 온 저는 이지메의 대상이었어요. 한국에서 말하는 왕따 말이
에요. 투명인간, 매력도 없고 몸도 작으니까, 그들 세계에 저를 편입시키고 싶지 않았겠죠. 그래서 열다섯 살의 저는 죽음이 두렵지 않은 학생이었어요. 언제든 삶을 끝내기만 하면 현실의 고통은 곧 소멸하기에 죽음을 늘 생각하며 살았죠. 사람이 증오스럽고, 사는 게 싫어서 말이에요."
슬픔과 분노가 교차하는 모모에의 눈동자를 보았다. 그것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
을 애써 참아가며 내게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하는 감정이 배어 있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나를 정희가 사뭇 깊고 진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연우의 그 상실감을 제대로 된 수치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연우의 그 바윗덩어리의
질량이라든가 부피, 될 수 있으면 밀도까지도… 어쩐지 추상적인 단어만으로 표현되는 감정들을 몇 세제곱미터의 크기라든가 몇 킬로그램의 무게라고 말이야. 측정 가능한 수치로…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 그러면 제대로 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생각이 부질없는 건 아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