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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외국 역사소설
· ISBN : 9791195086528
· 쪽수 : 530쪽
· 출판일 : 2014-09-27
책 소개
목차
독자를 위한 노트/ 옮긴이의 말/ 상편 ( 1장 ~ 12 장 ) / 하편 ( 13장 ~ 22장 )
책속에서
히스기야는 어머니의 비명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잠이 깼다. 눈을 떴다. 악몽이 또 시작되었다. 다가오는 폭풍이 우르릉대는 소리처럼 병사들이 히스기야의 방으로 향하는 복도에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그를 잡으러...
지난번에 병사들이 왔을 때는 엘리압에게 닥치게 될 공포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이번엔 알고 있었다. 도망쳐야 했다. 숨어야 했다. 그러나 숨어야 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히스기야의 어머니의 울부짖음이 점점 커지고 점점 가까워졌다.
아마도 이건 그냥 꿈일지도 모른다. 꿈에서 깨어날 것이다. 자신의 침대 옆에 있는 형의 텅 빈 침대를 보자 악취와 불길의 포효가 다시 떠올랐다. 꿈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사병들이 히스기야의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히스기야를 침대에서 끌어내 억센 손아귀의 힘으로 머리 위로 겉옷을 벗겼다. 히스기야는 몰록의 떡 벌어진 입과 형이 곤두박질쳐서 불길로 떨어지던 것을 기억했다. 죽는 힘을 다해 병사들과 싸웠다. 그러나 병사들은 손쉽게 그를 들어 올렸다. 그들은 히스기야가 몸부림치는 것을 거의 재미있어 하며 방에서 밖으로 끌고 나갔다.
복도는 어둑하고 침침했다. 껌벅거리는 횃불아래 병사들이 아주 많이 있는 것을 보았다. 대제사장도 거기 있었다. 키가 크고 넓은 어깨를 가진 남자, 아버지의 회의실에서 보았던 그 남자였다. 엄마가 그에게 무릎을 꿇고 발에 매달려 애원하고 있었다.
"우리아, 제발... 애원합니다. 제 아들을 제발 데려가지 마세요!"
그녀의 눈빛은 거칠고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얼굴은 공포로 회백색이었다.
"엄마, 살려주세요!"
히스기야가 울부짖었다.
"살려주세요!"
히스기야가 엄마에게 가려고 발버둥 쳤다. 병사가 꼼짝 못하게 붙들고 있었다.
"제발, 우리아 제발!"
아비자가 애원했다.
"아비자. 이러지 마시오."
대제사장은 팔을 잡아 아비자를 일으켜 세우려 하였다. 아비자가 우리아의 다리에 매달렸다.
"그들은 이미 엘리압을 죽였어요. 충분하지 않나요?"
아비자가 물었다.
"제발 히스기야마저 죽이지 마세요! 애원합니다! 제 아버지를 위해서 저를 위해서 제 아들에게 자비를 베푸세요! 히스기야는 제가 가진 전부에요!"
"여기서 그녀를 내보내라."
우리아가 조용하게 말했다.
"안돼요! 우리아, 안돼요! 절 도와주셔야 해요!"
일련의 병사들이 그녀를 둘러쌌다. 병사들이 그녀의 손을 우리아의 발에서 떼어냈다. 그녀는 무기력하게 비명만 지를 뿐이었다. 히스기야는 몸부림을 치며 죽는 힘을 다해 발길질을 했다. 어머니에게 가려고 몸부림을 치면서 공포로 울부짖었다. 병사들이 그녀를 질질 끌고 히스기야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고통에 짓이겨진 비명이 멀리에서 희미하게 들렸다.
대제사장이 히스기야에게 다가왔다. 큰 손으로 히스기야의 어깨를 잡고 히스기야를 흔들었다.
"조용히 해!"
히스기야는 우레 같은 목소리의 힘에 놀라 침묵하였다. 우리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우리아 그 남자는 히스기야에게 거인 같았다. 히스기야는 그에게 목숨을 살려 달라고 말을 하지 않았으나 애원하고 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아가 몸을 돌렸다.
"한 번 이 일을 처리해 보자."
우리아가 말했다.
병사들은 히스기야를 아하스의 후궁들의 아이들과 함께 섞이게 했다. 히스기야와 이복형제 아마리아는 거의 키가 비슷했다. 나이는 불과 몇 달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그러나 히스기야는 자신이 아마리아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하스 왕의 제일 나이 많은 아들로서 히스기야는 다윗 왕의 왕위를 이어나갈 두 번째 순위의 계승자였다. 또한 불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다음 차례이기도 했다.
히스기야는 걸을 수가 없었다. 한 병사가 몸을 구부려서 그를 들었다. 처절하게 병사에게서 벗어나려고 싸웠다. 몸부림치면 칠수록 병사는 더 단단히 붙잡았다. 발로 차고 몸을 마구 흔들며 그를 감고 있는 병사의 팔을 할퀴었다. 복도를 지나 컴컴한 계단으로 끌려갔다.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궁전의 뜰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행렬에 도착했을 때는 온몸이 얼얼하고 감각이 없었다. 너무 지쳐서 더 이상은 몸부림칠 수가 없었다.
히스기야는 희미하게 밝혀진 궁전의 복도에서 일어났다. 이른 아침의 태양 때문에 눈이 아팠다. 눈이 햇빛에 적응했다. 모든 것이 거의 지난 번 같아 보였다. - 엄청나게 많이 모인 사람들과 기다리고 있는 제사장들과 귀족들, 하얀 옷을 입은 아이들. 끝없이 정렬해 있던 병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 가운데 아버지 아하스 왕이 있었다.
행렬이 히놈 계곡으로 가는 도시의 길을 통과해서 언덕을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병사가 아래쪽에서 걸으라고 그에게 명령했다. 히스기야의 다리는 공포로 아주 격렬하게 떨렸다. 병사가 한 쪽에서 그를 지지해야만 했다. 두 병사가 그를 밀고 끌었다. 길거리를 통과했다. 마침내 남쪽 문에 도착했다. 죽음의 계곡으로 가는 입구를 표시하는 톱니바퀴처럼 들쑥날쑥한 절벽들을 보고 히스기야는 얼어붙어버렸다. 다시 한 번, 멀리서 가는 연기 한 줄기가 하늘로 뱀처럼 말아 올라가고 있었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안 돼... 안 돼..."
그는 훌쩍거렸다. 병사들은 거칠게 팔을 휙 잡아당기며 그의 의지와는 반대로 앞으로 나아가도록 강요했다. 발이 질질 끌렸다. 일부 아이들이 목을 놓아 울기 시작했다. 제사장들은 가여운 아이들의 울부짖음을 멀리 떠내려 보내려는 듯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몰록!......... 몰록!......... 몰록!........."
고동치는 운율이 절벽들과 도시의 성벽들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행군은 제물의 현장에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그 구호는 점점 부풀어 올랐다. 제사장들의 드럼을 치는 두들김이 히스기야의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사장들이 그곳에 거의 도착했다. 히스기야는 도망갈 수가 없었다.
기혼스프링에서 만났던 기억이 나는 남자가 갑자기 군중을 뚫고 밀고 앞으로 나아왔다. 아하스 왕의 길을 가로 막고 왕 앞에 한 발자국 다가섰다. 격렬한 분노로 이사야의 눈이 번쩍거렸다. 터져 찢겨질 것 같이 온몸을 마구 떨고 있었다. 영혼을 꿰뚫는 목소리로 쿵쿵거리는 드럼소리를 가르며 소리를 질렀다.
" '들리느냐. 아 천국이여, 귀 기울여라. 땅이여. 여호와가 말하기를.' "
나는 자녀들을 키우고 양육했다. 그러나 자녀들은 나에게 반란 을 일으켰다. 황소는 주인을 안다. 당나귀는 주인의 관리인을 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알지 못한다. 내 백성들은 알지 못한다.' "
"내가 가는 길에서 비켜나라!"
아하스가 말했다.
아하스가 이사야를 옆으로 밀쳤다. 아하스는 앞에 있는 불의 신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계속해서 걸었다. 그러나 이사야는 아하스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하스를 마주보면서 뒷걸음쳤다. 소음을 뚫고 들리도록 소리를 질렀다.
"아 죄 많은 국가여. 죄의식을 짊어진 국민이여, 타락한 자녀들이여."
그는 전체의 군중을 향해서 양팔을 벌렸다.
"그들은 여호와를 버렸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 여호와를 일축해버리고 등을 돌렸다."
이사야가 아하스가 가는 길을 다시 막아서려고 했다. 아침에 깨어난 이후 히스기야는 처음으로 한 가닥 희망을 느꼈다. 왕은 이사야를 옆으로 밀어냈다. 전보다 더 세게 이사야가 기우뚱하며 거의 쓰러질 뻔했다.
"아 나의 백성들이여. 너희들은 충분히 벌을 받지 않았단 말이냐?"
균형감각을 다시 찾으려고 애쓰면서 이사야가 울부짖었다.
"너희들은 영원토록 반역해야 하는가? 너희 나라가 폐허가 될 것이다. 너희들이 여기서 힘없이 서 있다 버려질 동안 도시는 불태워지고 이방인들이 보이는 모든 것을 약탈할 것이다..."
히스기야는 우리아가 왕의 옆에 서기 위해서 인파를 헤치고 행군의 머리 쪽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았다. 우리아가 이사야 위에 버티고 섰다. 자신을 노려보는 대제사장과 눈이 마주쳤지만 선지자는 아무런 공포심도 보이지 않았다.
"당신의 손은 피로 범벅이 되었소."
이사야가 꾸짖었다.
"손을 씻고 자신을 깨끗하게 하시오. 하나님의 면전에서 당신의 악행을 거두시오. 그릇된 것을 행하지 마시요. 옳은 일을 행하는 것을 배우시오."
우리아가 두 명의 병사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 자를 길에서 비켜서게 하라!"
우리아가 병사들에게 말하고 돌아서서 아하스와 몰록의 제사장들과 합류했다. 행군이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였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두 명의 병사들이 이사야를 뒤에서 잡고 있었다. 이사야는 왕을 따라가려는 시도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길 가장자리에 서서 그를 지나 열을 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지금 나오시오. 우리가 다 같이 분별력을 가져야 합니다. 여호와가 말씀하고 있소. '너희의 죄가 주홍빛 같더라도 눈처럼 희게 되리라; 죄가 진홍빛처럼 붉더라도 그것은 모직 포처럼 될 것이다. 너희가 기꺼이 순종하면 너희는 땅에서 나는 최고를 먹을 것이요: 그러나 너희가 저항하고 배반한다면 너희는 칼로 멸망케 될 것이다. 주님의 입으로 말하노니...' "
이사야의 노력은 부질없어 보였다. 구호를 외치는 군중들은 왕을 본보기로 삼아 왕을 따랐다. 이사야의 말을 무시하고 그에게서 멀리 돌아섰다. 탈출의 마지막 문이 히스기야의 얼굴에 꽝하고 소리를 내며 굳게 닫힌 것 같았다. 모든 희망은 사라졌다. 그는 죽게 될 것이다.
병사들이 히스기야를 앞으로 끌고 갔다. 히스기야는 자기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이사야를 보려고 몸을 돌렸다. 이사야는 히스기야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이사야의 응시가 히스기야의 깊숙한 내면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 발가벗기는 것 같았다.
"두려워하지 말라,"
이사야가 히스기야에게 말했다.
"여호와가 너의 몸값을 지불하셨다. 그가 네 이름을 부르신다. 너는 여호와에 속해 있다. 네가 깊은 물을 건널 때에 여호와는 너와 함께 계실 것이다. 네가 물살이 센 강물을 건널 때에도 그 강물은 너를 삼키지 못할 것이다. 네가 불 속에 들어갈지라도 너는 불태워지지 않을 것이다. 불길은 너를 상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여호와는 너의 하나님이시라.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가 너의 구세주이시라."
병사들은 히스기야의 팔을 붙든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그를 한 번 더 앞으로 나아가게 밀었다. 히스기야는 이사야를 계속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게 하려고 머리를 돌렸다. 이사야가 병사들의 손아귀에서 풀려나길 기다렸다. 그러나 선지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반복해서 이사야의 말이 히스기야의 귀에 드럼의 쿵쿵대는 소리와 함께 요동쳤다.
"불 속을 지날지라도 너는 타지 않을 것이요. 여호와는 너의 하나님 이시기 때문에."
히스기야는 반복해서 혼자말로 그 말씀을 중얼거렸다. 마치 그 말씀이 앞에 놓여 있는 상황보다 우위의 경쟁력을 지니고 그를 보호해 줄 것처럼...
군중들은 몰록 주변에 원을 그리며 물결치는 열기가 가까이 느껴지도록 바짝 다가섰다. 히스기야 앞에 제사장들과 참석자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제단의 계단에 몰려 있었다. 몰록이 팔을 길게 뻗고 기다리고 있었다. 철면피의 형상이 벌겋게 타오르며 입은 크게 벌려 있었다. 히스기야의 다리가 꺾어지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지가 공포로 마비되었다. 몰록의 한 제사장이 히스기야를 들어 올리려고 하고 히스기야는 그 제사장과 싸우려 했다. 제사장은 팔로 그의 양 옆구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았다.
제사장은 히스기야를 가파른 계단으로 끌고 올라가 연단에 앉혔다. 히스기야는 다시 한 번 불타는 괴물과 마주보게 되었다. 몰록의 대제사장이 제물의 의식에서 행하는 구호를 시작했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히스기야는 얼굴에 강렬한 열기를 감지할 뿐이었다. 길게 뻗은 팔이 다가와 있었다. 이사야의 말은 여전히 반복해서 마음에 메아리쳤다. 드럼의 박자에 맞추어... 심장 고동소리에 맞추어...
" '네가 불속에 들어갈지라도... 여호와는 너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제사장은 히스기야의 어깨를 잡고 있는 손아귀에 힘을 더 주었다. 제사장의 본능이 히스기야가 도망가려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지금 군중들은 구호를 외치며 귀가 먹먹해질 정도까지 광란했다. 제물을 바치는 순간이 가까워졌다. 군중들이 지르는 소리와 드럼 소리, 불꽃의 포효 때문에 더 이상 히스기야의 비명이 들리지 않았다. 반복해서 중얼거렸던 이샤야의 말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공포 속에 유일한 한 단어를 기억했다: 여호와.
괴물의 거대한 청동의 눈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불꽃의 혀들이 크게 벌려진 입에서 날름거렸다. 몰록의 제사장은 기도를 마치고 히스기야에게 몸을 돌렸다.
"여호와여!"
히스기야가 공포 속에서 소리 질렀다. 반복해서 반복해서 소리 질렀다.
"누가 먼저 태어났습니까?"
몰록의 제사장이 우리아에게 물었다.
우리아가 히스기야를 내려다보았다.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우리아가 손을 뻗었다. 우리아의 손은 아마리아의 머리 위에 얹혀졌다.
"이 아이입니다."
몰록의 제사장이 히스기야를 지나쳐 아마리아를 잡았다. 히스기야는 잘못 선택된 아들이 불의 신의 팔에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복동생이 열린 입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지르는 비명소리를 들었다. 아마리아가 그 대신에 불꽃으로 들어가 죽는 것을 지켜보았다. 포효하는 군중들이 더욱더 고함을 질렀다. 히스기야는 어지러웠다. 다른 아이가 또 불꽃으로 던져졌다. 또 다른 또 다른 아이들이... 속이 미식거리는 악취가 공기를 가득 메웠고 히스기야의 눈을 찔렀다. 목구멍이 타들어가 히스기야는 구역질을 했다. 그때까지 아이들은 던져졌다.
모든 것이 끝났다.
이사야의 말은 히스기야의 마음속에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네가 불 속에 들어갈지라도 너는 타 죽지 않을 것이요. 여호와는 너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히스기야는 연단에 있는 더미에서 정신을 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