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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5536139
· 쪽수 : 154쪽
· 출판일 : 2016-12-15
책 소개
목차
완전군장 9
노란 잠수함 11
낙타의 짐 13
히말라야시다에게 쓰다 15
엉겅퀴에 기대다 18
구름안교회 20
구름밖교회 22
파사 24
늙은 수캐 26
올빼미 28
거미를 두려워함 30
파리 32
두 마리 쥐 34
소금의 몸 36
커트 코베인 듣는 밤 38
짐 모리슨 듣는 밤 40
락 매니아 케이스 바 42
락 페스티발 퍽 유 44
그런지 보이 46
펑키 걸 48
메탈 지프 50
모터사이클 온리 52
얼음집 54
석양까지 개들을 데리고 56
청라길 58
세헤라자드 59
명사십리 61
장산곶 62
개마고원 63
삼수갑산 64
세월이 오다 65
목련꽃 그늘 아래 울다 67
목련꽃 지는 이 날 69
횟집 71
타클라마칸 72
천산북로 74
천산남로 76
보도블록에 관하여 78
화물 트럭 80
잠들지 못한 것들이여 안녕 82
지친 남자 84
추억에 부침 86
부족 88
미친 사랑의 노래 90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92
진흙의 숨 94
집어등 95
고래잡이 96
작은키나무숲 97
화염나무숲 99
두물머리나무숲 101
큰키나무숲 103
뒷나무숲 105
늘푸른나무숲 108
그 밤이 나를 운구하리라 110
소멸에 바침 112
물방울의 집 114
옛애인 116
얼음의 내부를 깨뜨리다 117
백일홍 장작을 태우다 119
구름의 말 121
누가 이 별 앞을 먼저 지나갔다 122
벚나무집 124
자살을 위하여 126
낙타의 길 128
저물녘 한 몸을 덜어 주다 130
저물녘 몸 버리다 132
저물녘 이 몸을 무너뜨리다 134
염부 136
황금의 사랑 137
산문 | 김태형
비밀 139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기는 너무도 고요하다 수면 위 쇠사슬에 묶여
처음 이 길에 들어섰을 때 이 검푸른 두려움 속으로
막무가내 요동치며 흔들렸을 때
이 강철의 덩어리는
한낱 우스꽝스런 누렇게 뜬 비대한 살집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이 흔들림은 너무나도 편안하다
온몸 진저리치며 가라앉는 이 낯선 설렘은
거추장스런 손과 팔 나날의 그 지긋지긋했던 다리와 허리
모두 단단한 갈비뼈 속으로 집어넣고
더 이상 허우적거릴 필요조차 없다
뒤뚱거리지 않아도 된다 이 만만치 않은 포근함은
다 받아내고도 넘치지 않는 이 출렁임은
하지만 가라앉으면 가라앉을수록
두 눈 크게 뜨고 잠시라도 요령을 부려서는 안 된다
이미 말더듬이 혀와 입술은 지워버린 지 오래
고막이 찢겨 귀머거리가 되지 않으려고
틀어막으면 틀어막을수록 두 귀는
새파라니 떨려오는 제 숨소리를 듣고
그럴수록 턱없이 점점 더 바짝 죄어오는 수압
곳곳의 암초와 여기저기 널린 폐그물 더미
거대한 허파를 둘러싼 갈비뼈와
더 아래로 내려갈수록 바닥 없이 밝아지는 두 눈과
오직 견뎌내는 일 견뎌내면서 서서히
밑으로 더 아득한 심해 속으로 숨차 오르는 일
그래 무겁다는 것은 얼마나 숨 가쁜 일인가
가슴 죄는 일인가 허파를 가지고 있다는 이 사실은
그 얼마나 솟구치는 벅찬 설렘인가 이 고요는
― 「노란 잠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