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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5556236
· 쪽수 : 95쪽
· 출판일 : 2016-01-12
책 소개
목차
11 다정
12 찬란한 한때
13 태백
14 역마, 살
16 아홉차리
17 안착한 사람들
18 고라니
19 우는 모래
20 호수와 초원과 별
22 야생부추
23 반하다, 홀딱
24 결별의 이유
26 기다린다는 것
27 잠잠한 속도
28 뿔
29 마음의 잔도棧道
30 암사슴 같고 늑대 같은
31 탄성呑聲
32 연을 쫓다
33 문득
34 이월
35 세월
36 수선화
37 새 점占
38 사死대강
39 큰 나무 아래
40 큰 말씀
41 Don’t cry 우데스
42 이방인
44 초원의 사람들
46 정든 지옥
47 어부 김종천 씨
48 국경식당
49 매미
50 돌 도장
52 수상한 죽음
53 호우시절
54 목련꽃 아버지
55 순간
56 다 같이 광장 춤
58 봄, 幻
59 자유, 하세요
60 The 위로
61 차스, 차스, 차스
62 부베이 부베이
64 사월
65 밤의 조각들
66 미소포니아
68 시월, 봄
70 복사꽃, 사막
71 꽃구경 가자
72 단지 짐작만으로
74 공중 정원
75 그곳에 당신이 서 있고
□해설
79 자기로부터 낯설어지는 방랑의 기록·이병철
저자소개
책속에서
다정
말라비틀어진 붓꽃에 벌이 절반쯤 몸 숨기고 있다
한 생이 또 다른 생으로 건너가는 순간을 다정이라 하자
다정해지고 싶다 다정하고 다정하고
또 다정해지고 싶다 다정이 독毒이라지만
한없이 다정해지고 싶다 그러니
초원아, 사막아, 바람아 제발
나를 비껴가다오
초원과 초원 사이를 서성이다가
결국 너를 놓쳐버렸다
흐르고 흘러 사막에 몸 기댄 그날 밤
텅 빈 사막 울음소리 베고
나는 다정하고 다정하게 울고 말았다
아홉차리
무슨 연유로
초원은 흐르면서 펼쳐지는가
숲은 제 살 찢어 몸피를 키우는가
꽃잎은 제 얼굴을 감싸며 사라지는가
벚나무 둥치 갸우뚱 낡은 우편함
꽃비에 팽그르 젖는 안부
온 힘 다해 남은 계절 밀어 올리는
저 늙은 어머니
아홉 바구니 나물을 캐고
아홉 자식 낳은 후
아홉 말의 진물 흘리며 누워있다
나는 모르는 당신과 아홉 번 키스를 하고
아홉 번 결별을 하고
아홉 개 가면을 쓴 후
노란 눈 박힌 슬픔의 숲 속으로
아홉 리, 긴 휘파람새 따라 간다
역마, 살
몽골 사람들은 바람에도 색깔이 있다고 말한다 저물 무렵, 고
비의 바람은 하얀 바람 사막에 조심스럽게 당신을 그려 본다
훅, 바람 불자 당신은 슬그머니 지워진다
사주에 역마살이 있다고 처음 들은 날,
산양자리인 나는 이상하게도
심장이 평소보다 쿵쿵 크게 울렸다
이 복된 저주
평생 길 위를 방황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에서 최고의 욕은
평생 한 곳에서만 살아라
정착은 곧 죽음을 말한다
칭기즈칸은 죽기 전 이렇게 말했다지,
나를 매장한 뒤, 천 마리 말을 몰고 무덤 위를 달려 흔적을 없
애라
지금도 칭기즈칸의 무덤은 찾을 수 없고
누군가는 무덤을 찾아 지금도 떠돌고 있다
난로에는 시베리아 낙엽송이 자작자작 타들어가고 있다 낮에
는 숲을 걷다가 마른 자작나무 둥치를 주웠다 먼먼 사람들이 자
작나무 껍질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새기듯, 껍질을 벗겨내어
당신의 안부를 새긴다 글자에도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지 허나,
열흘이면 당신이 있는 곳까지 가고도 남을 그때의 안부는 한 계
절이 지나도 당신에게 가 닿지 못했다 얼마나 더 먼 곳으로 가
야 나는,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