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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5575961
· 쪽수 : 447쪽
· 출판일 : 2017-02-10
책 소개
목차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리뷰
책속에서
“아, 배고파!”
다마코도 미자도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 맞다! 주먹밥이 남았재.”
미자는 보자기를 풀었다. 다마코와 마리는 자기들 몫의 주먹밥을 몽땅 먹어치웠지만 피곤해서 도중에 곯아떨어진 미자는 주먹밥 한 개를 남겨두었다.
“근데, 그거 욧짱 몫 아이가.”
다마코가 말했다. 그러면서도 침을 꿀꺽 삼킨다.
“개안타. 다 같이 노나 먹자.”
“맛있겠다! 근데, 왜 욧짱 주먹밥은 갈색이야?”
미자의 주먹밥은 하얗지 않았다. 미자 어머니는 일부러 누룽지가 생기도록 밥을 지어 노르스름한 갈색 누룽지가 밖으로 오게 주먹밥을 빚었다. 덕분에 먹기 좋고 잘 부서지지 않는 주먹밥이 만들어졌다.
“어무이가 누룽지로 만들어주셨거든.”
미자는 주먹밥을 삼등분해 제일 큰 덩어리를 먼저 마리에게 건네고, 다음으로 큰 덩어리를 다마코에게 주었다.
“고마워!”
마리가 예를 표하고 흔쾌히 주먹밥을 받아들었다.
“욧짱, 미안!”
미자 몫의 주먹밥을 가만히 바라보던 다마코는 사과하며 받았다.
“됐다 고마, 개안타. 쪼매씩 묵으면 된다. 이것밖에 없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아이가.”
미자는 언니 같은 말투로 달래며 손에 남은 제일 작은 덩어리를 먹었다.
나라면 저렇게 선선히 내 몫을 양보할 수 있을까. 다마코는 곰곰이 생각했다. 자기 몫의 주먹밥을 들여다보며.
까치발하고 푸른 천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자니 감자를 주었던 아주머니가 뒤에서 다가왔다.
“마리는 못 받았지?”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주위 사람들 눈치를 살피는지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마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주머니는 마리의 손바닥에 캐러멜 한 개를 올려주었다. 마리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아주머니를 쳐다보았다.
“잃어버리지 말고 어디 조용한 데 가서 먹으렴.”
아주머니는 그렇게 속삭이더니 마리의 작은 손을 아주머니의 큼직하고 탄탄한 손으로 감싸 쥐었다. 아주머니는 마리가 절대 떨어트리지 못하도록 꽉 쥐었다.
아주머니가 사라질 때까지 눈으로 배웅하고 나서 마리는 학교 계단에서 캐러멜을 먹으려고 걷기 시작했다. 그때 다른 아주머니가 마리 앞을 가로막고 섰다. 아주머니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마리가 쥐고 있는 작은 손가락을 투박한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펴더니 우악스럽게 캐러멜을 뺏어갔다. 그리고 옆에 있던 자기 아이한테 빼앗아간 캐러멜을 주었다. 마리는 아주머니가 입고 있던 하얀 앞치마가 눈부셔 눈을 찡그렸다.
아사히나 할머니가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하얀 감자 꽃. 어머니가 주겠다고 약속하셨던 하늘처럼 푸른 이불. 보라색으로 부풀어 오른 여자아이의 얼굴. 길가에 흥건하게 흐르던 빨간 피. 새까맣게 불타버린 집. 계단에서 보던 하늘과 바다. 하늘에 떠 있던 하얀 구름.
모든 것이 눈이 부셔 마리는 더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었다.
다마코는 뺨에 눈물 자국을 남긴 채 부부에게 고개를 숙였다. 부부는 여기저기 누덕누덕 기우고 덧댄 자국이 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아내 쪽은 눈물을 글썽이며 손가락에 끼고 있던 금가락지를 빼내 남자에게 내밀었다. 부부와 남자는 한동안 실랑이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이윽고 거래가 성사되었는지 남자는 다마코의 손을 당겨 아내로 보이는 여자의 손에 건네주었다. 당황한 다마코는 자신의 손을 살짝 잡는 중국인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그 손은 거칠거칠하게 부르터 있었다.
두 사람은 다마코에게 자신들을 아빠라는 뜻의 ‘??(파파)’와 엄마라는 뜻의 ‘??(마마)’라고 부르라고 가르쳐주었다. 다마코는 시키는 대로 따라 했다. 두 사람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마코의 손을 양쪽에서 잡고 걸어 한 식당으로 들어가더니 밀가루 만두와 배추와 고기와 당면을 넣은 조림을 사주었다. 시큼하게 절여진 배추는 다마코가 여태까지 먹어보지 못한 낯선 맛이었다. 하지만 구수하게 잘 익은 그 냄새는 맡아본 기억이 있었다. 만주의 중국인들은 늘 이 냄새를 몸에 두르고 다녔다. 가끔 찌릿찌릿하게 매운 향내를 내뿜을 때도 있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몸이 훈훈하게 달아올랐다. 다마코는 다이카주돈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배부르게 먹었다. 다이카주돈을 떠나고 처음 입에 대보는 고기였다. 고기는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다마코가 먹는 동안 두 사람은 거의 젓가락을 대지 않았다. 그저 다마코가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마치 눈을 떼면 다마코가 없어질까 두려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