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빌라

원룸 요정 6
사라지다 50
완벽한 혼자 96
100층 124
나의 빌라 154

지금 열심히 말하는 이 존재는 무엇인가. 나는 그놈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작은 몸집은 내 주먹 안에 모두 들어가고, 그 사이로 머리와 팔, 다리가 나와 흔들리고 있다. 이 모두가 무척 이질적으로 보였다.

혹시 램프요정 지니처럼 내 소원을 모두 들어주는 건가? 아파트와 넉넉한 돈만 있으면 앞으로 걱정 없이 살 수 있겠지. 아니야. 그런 동화책에는 항상 함정이 숨어있지. 아파트와 돈을 가져도 바로 불치병에 걸리는 것처럼. 그러니까 일단 돈을 엄청 많이 달라고 하고 그 다음에 건강을 달라고 하고 그 다음에는 무엇을 달라고 할까.

공무원 시험 준비를 포기했을 때, 나에게 남은 것은 몇 년간 빈 공백으로 남은 경력사항과 수험서적, 지독한 피곤과 패배의식, 그리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실망뿐이었다. 이미 가족을 제외한 친구와 주변인들이 내 지인 목록에서 많이 사라진 상태여서 내 과거는 더욱 가벼워졌다. 그때부터 조급하게 이곳저곳 원서를 넣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알지 못했다. 설령 그것을 알고 있다 한들 내가 그것을 선택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지 않았다. 지금은 무조건 실패로 남은 내 몇 년을 보상받기 위해 빨리 취업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