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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5573090
· 쪽수 : 488쪽
· 출판일 : 2025-10-02
책 소개
잇단 인명사고로 인해 공가(空家)로 변해버린 장소에 열 명의 남녀가 모여 탐사에 착수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초대된 사람 대부분이 자동서기, 염동력, 예지 등 남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고, 초대한 사람은 남다른 재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서 보통 사람 야마모토 히나타의 시선으로 사흘간이 저택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풀어간다.
부자의 산속 별장에 죽음의 기운이 깃들었다는 설정만으로도 짐짓 누군가 사망하지 않을까 예측할 수 있지만, 소설은 모처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끼리 휴가를 떠난 것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해 독자들이 긴장감을 내려놓도록 유도한다. 거기에 초자연적 현상에 맞서 초능력자를 고용하는 자본가의 등장도 상당히 독특한 설정이어서 설정에 의구심을 가질 틈 없이 이야기에 빠져든다. 가득 핀 피안화로 핏빛에 둘러싸인 저택을 지나는 순간, 꽃이 져야(죽어야) 비로소 잎이 나오는 괴이한 속성과 피안화를 꺾으면 주위에 불이 난다는 속설이 분위기를 점차 고조시킨다. 마침내 도착한 저택 거실에 모인 이들은 이곳에 얽힌 죽음의 진짜 원인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그럴수록 저택은 살아 움직이듯 전화기를 먹통으로 만들고, 방문을 잠가 버리고, 주위 살아있는 것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고 한다.
★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최종 후보
★ 아유카와 테쓰야상 최종 후보
★ 본격 미스터리 대상 최종 후보
『우리 세계가 끝날 무렵』 아야사카 미쓰키의 최신작
약혼자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변변한 직업이 없는 아키라, 이혼한 엄마가 슬퍼할까 봐 저택에 오는 것이 두려웠지만 억지로 참가한 나기… 초능력자들은 예기치 못한 일련의 죽음과 계속되는 저택의 위협으로 인해 자신을 지킬 정도의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닉에 빠지고 만다. 돈으로 이 모든 과거를 청산하려 했던 렌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평범한 히나타가 후반 전면에 나서며 저주의 원형이 조금씩 드러난다. 관찰자로 서술자로 히나타는 겹겹이 쌓인 이 저택과 얽힌 죽음의 근원을 스스로 탐색하고, 저마다의 사연을 수집하며 점차 결론에 도달한다. 그녀는 왜 이 죽음에 개입하는 것일까? 그녀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아야사카 미쓰키는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데 이야기 전부를 소모하지 않는다. 이 소설에는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허투루 쓰인 부분이 없다. 작가는 위험천만한 장소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 일어난 미스터리 해프닝에 그칠 수 있던 위험 요소를 영리하게 제거해나가며 특별한 엔딩을 준비했다. 섬세한 감정선을 놓지 않는 수작이다.
목차
프롤로그
제1장 초대장
제2장 피안장으로
제3장 첫째 날
제4장 둘째 날
제5장 참극
제6장 마지막 날
에필로그
책속에서
“피안화는 주로 신사 경내에 피어서 그런지, 만지면 안 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요.”
“피안화를 꺾으면 불이 난다는 말을 어릴 적에 들었지.” 유토가 옛날 생각이 난다는 듯 덧붙였다.
“피안화는 일반적인 꽃과는 생태가 좀 달라.”
렌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구근에서 올라온 꽃이 시든 후에야 잎이 나오지. 그래서 잎 없이 꽃만 피어있는 거야. 꽃과 잎이 동시에 피지 않으니까 어쩐지 위화감이 들어서 신비하게 느껴지는 거겠지.”
그리고 세 사람을 향해 담담히 말을 이었다.
“가을피안 무렵에 핀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도 불길한 이미지에 한몫하는지 모르지. 피안…, 즉 죽음을 의미하는 말이니까. 독이 있는 이 식물을 먹으면 저세상에 가는 수밖에 없다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어.”
“만주사화라고도 하죠.”
히나타의 말에 “응” 하고 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피안화는 이름이 많아. 천 개도 넘는다는군. 송장꽃, 지옥화, 유령화, 여우꽃, 독꽃, 면도날꽃….”
“와, 어쩐지 무서운 이름뿐이네요.” 유토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하지만 이름이 많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을 매료해 왔다는 뜻이기도 할 거야.”
수다스러운 데 반해 렌이 건성으로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뭔가에 정신이 팔린 것처럼 갑자기 말이 끊겼다.
렌이 저 먼 곳을 보는 것처럼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작게 중얼거렸다.
“…이모부는 저쯤에서 불타 죽었어.”
피안화가 흐드러지게 핀 들판을 바라보며 꺼낸 말에 흠칫 놀랐다.
그의 이모와 이모부가 여기서 불의의 죽음을 맞았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땅을 가득 채운 붉은색이 한순간, 사람의 몸을 무자비하게 삼키는 불길처럼 보였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세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그중 무직인 하야카와 아키라 씨는 실내에서 목을 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아키라는 깜짝 놀라 숨을 삼켰다. 너무 무서워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뉴스를 보도하는 목소리가 일부러 느리게 재생한 것처럼 일그러졌다.
“목을 맸다고 합니다.”
“목을 맸다고.”
“목을.”
무릎에서 힘이 빠져서 아키라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동요해서 거친 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자 바닥에서 흔들리는 그림자가 보였다. 커다란 덩어리 같은 검은 그림자가 앞뒤로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이건 뭐지?
아키라는 머뭇머뭇 위를 보자마자 충격으로 얼어붙었다.
천장에 묶은 밧줄로 목매단 채 느릿느릿 흔들리는 사람 형체가 벽에 선명하게 비쳤다.
아무것도 없지만 분명 있다. 자기 바로 옆에 목을 맨 시체가 매달려 있다.
아키라는 먹이를 찾는 잉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무서워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숨이 잘 안 쉬어졌다.
머릿속에서 끼잉, 하고 귀울림 같은 소리가 났다. 라디오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인지, 자신의 머릿속에서 들리는 소리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이 방에서 나가야 한다 싶어 아키라가 필사적으로 손을 뻗은 순간,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