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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5950652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0-04-20
책 소개
목차
18일간의 기록
0319SAT - 009
0320SUN - 027
0321MON - 057
0322TUE - 072
0323WED -081
0324THU - 093
0325FRI - 106
0326SAT - 120
0327SUN - 144
0328MON - 151
0329TUE - 173
0330WED - 188
0331THU - 197
0401FRI - 209
0402SAT - 215
0403SUN - 242
0404MON - 245
0405TUE - 25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세주야, 난 가끔 구덩이를 생각해.' 그 이야기를 할 때 형석의 목소리는 묘하게 비틀려 있었다. 그래서 세주는 아마도 익살스러운 이야기일 거로 생각했다.
'처음엔 그저 장난같이 시작하는 거야. 뭔가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딱히 꼭 잡으려는 것도 아니야. 그저 그런 기분으로 열심히 구덩이를 파. 그리고 그 입구를 나뭇가지와 잎을 얹어 그럴싸하게 감추는 거야. 그리고 나선 제법 잘 만들었다고 스스로 대견해하지.'
'그리곤?' 세주는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에 맞장구를 쳤었다.
'그런데 그만 잊고 말아. 내가 만들고도 어디에 만들어놓았는지. 어쩌면 만들었다는 것까지도.'
'저런.'
'어느 날 결국, 피융, 그 구덩이에 빠지는 거야. 내가 파놓은 구덩이에.'
'맙소사.'
어찌 보면 내용의 전개상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형석의 목소리에 배인 자조적인 웃음은 간파하지 못한 채, 그 뒤가 자못 궁금했다.
'빠지고 나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이를테면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거야. 내가 만든 구덩이에 스스로 빠지는 건 너무 어처구니없으니까. 그런데 상황은 그렇지 않아. 훨씬 심각해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지.'
그땐 그 구덩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그러면서도 세주는 형석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부부도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내 마음속에 그런 구덩이가 있어. 빠졌는데 나오는 방법을 모르겠어.'
- 0402SAT
겨울엔 눈조차 제대로 오지 않았다. 유주는 아침이면 코끝이 시릴 정도로 슬픔의 냄새를 맡았다. 낯설고 매캐한 그 냄새는 스산한 겨울바람처럼 어디선가 불어와 가슴 안으로 휘몰아쳤다가 흩어지듯 사라졌다. 그러면 그제야 실은 아주 익숙한 냄새라는 것을 알아채고 몸서리치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겨우내 맨발로 눈 덮인 벌판을 헤매듯 걸었다. 유주는 아슬아슬한 곡예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며 생각했다. 이건 병이고 나을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나을 거라고.
- 0319SAT
과연 사람을 가질 수 있을까.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거라면 세상은 얼마나 단순해질까. 줄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거라면. 소유하는 동안 내 것이 틀림없다면. 하지만 사람은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을 그녀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 0323W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