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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6003036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7-03-15
책 소개
목차
폐족의 땅고 … 8
intro 육체로 쓰는 영혼의 서사시, 땅고 … 10
1부 ● 땅고는 걷는 것이다
Tango라 쓰고 땅고라 읽는다 … 14
땅고의 역사 … 34
춤의 공간 이동 … 64
달의 땅고 … 78
2부 ● 땅고를 추며 걷다
어떻게 걸을 것인가? … 82
눈이 맞아야 춤출 수 있다―까베세오Cabeceo … 89
당신의 심장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땅고가 아니다―아브라쏘Abrazo … 93
땅고 에너지의 생성과 전달―까미나도Caminado … 98
휴식의 걷기와 생산적 걷기 … 105
신체의 상·하를 분리하며 걸어라―디소시아시온Disociacion … 112
모래의 춤 … 115
3부 ● 땅고를 들으며 걷다
땅고 음악의 형성 과정 … 118
땅고 음악의 진화 … 124
땅고의 황제, 까를로스 가르델 … 137
땅고 오케스트라의 4대 악단 … 144
땅고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아스또르 피아졸라 … 149
룬파르도: 땅고의 언어 … 154
땅고의 명곡들 … 158
사쿠라 땅게라 … 169
4부 ● 땅고를 찾아 걷다
보르헤스와 땅고 … 172
땅고 대학 … 180
땅고 누에보, DNI 스튜디오 … 184
까를로스 꼬뻬쇼 스튜디오 … 190
마리포시따 … 196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밀롱가들 … 200
길 위의 땅고 … 257
5부 ● 땅고 페스티벌
문디알, 세계 땅고 대회Mundial de Tango … 260
CITACongress International Tango Argentina … 266
미스테리오 땅고 페스티벌Misterio Tango Festival … 279
세이떼 땅고 페스티벌Yeite Tango Festival … 282
땅고 마라톤Tango Marathon … 286
outro 땅고, 육체로 쓰는 영혼의 서사시 … 290
땅게라 레퀴엠 … 294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땅고는 걷는 것이다. 땅고에서 걷는다는 의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전부이다. 땅고는 걷기이지만 그러나 그 걷기는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걷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걷는 게 아니라 음악과 함께 걷는 것이다. 그러니까 땅고를 정의하자면, 땅고는 두 사람이 음악을 들으며 함께 걷는 것이다. 우리는 땅고를 출 때 음악이 전달하는 어떤 느낌을 함께 공유하며 그 느낌과 가장 잘 어울리는 걸음으로 걷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때는 빠르게 혹은 느리게, 때로는 서서히 호흡을 다듬고 멈추며 사색하다가 또 어떤 때는 격렬하게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며 걷기도 한다.
혼자 걷는다는 것과 함께 걷는다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걷는다는 단어 속에는 얼마나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가. 우리의 삶은 이 세계라는 시간과 공간 속을 관통하며 걷는 것이다. 땅고도 그렇다. 혼자서만 걸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누군가와 함께 걸어야만 한다. 함께 걷는 사람이 바뀌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과 함께 걸어야 할 때도 있으며, 또 어떤 때는 같이 걷는 사람들과 다투기도 한다. 서로 증오의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같이 걸어야 할 때도 있다.
타인과 함께 걷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행동이다.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충돌하지 않고 함께 걷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집중과 배려가 필요하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두 사람이 함께 걸을 수는 없다. 나만의 방식만을 고집해서도 안 된다. 타인처럼 생각되었던 나의 상대는, 사실은 나의 내면이 투영된 또다른 나는 아닌가? 땅고를 추는 행위 속에는 삶의 본질적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과 세계 속을 걷는 자신에 대한 탐구가 들어 있다. 잠깐 방심하거나 눈을 다른 데로 돌리면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멀어지고 다시 혼자가 된다. 함께 걷기 위해서는 늘 서로에 대한 무서운 집중이 필요하다.
두 사람이 함께 걷는 것이 땅고지만 거기에는 동반자가 있다. 바로 음악이다. 음악이 없다면 그들의 걷기는 단순한 신체적 움직임, 오직 걷기일 뿐이다. 음악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걷기는 어느 순간 춤이 된다. 따라서 땅고에서는 음악에 대한 해석이 아주 중요하다. 아름다운 춤을 춘다는 것은 세계에 대한 그들만의 독창적 해석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 해석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내면을 표현할 때 그들의 걷기는 땅고가 된다. 땅고의 본질은 걷는 것이며, 함께 걷는 것이고, 음악의 느낌으로 세계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며 걷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두 사람이 필연적으로 노출하는 세계에 대한 해석의 차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을 수는 없기 때문에 서로에게 집중하며 걸으려고 노력해도 해석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필연적이다. 자신만의 해석을 상대에게 강요할 수 없다. 그 필연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극복하고 두 사람이 함께 걸을 때 땅고는 비로소 땅고가 된다.
나는 시인이다. 소설가이기 전에 시인이었고, 방송을 하기 전에 시인이었으며, 연극 연출과 영화평론, 영화감독을 하기 전에 나는 시인이었고 시인이며 시인일 것이다. 땅고는 육체로 쓰는 영혼의 시다. 나의 시가 글로 쓰는 것이라면, 나의 땅고는 육체로 쓰는 나의 시다. 땅고를 추면서 나는 항상 시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언어로 쓰는 것만이 시는 아니다. 육체의 언어인 땅고로 쓰는 시는, 활자에 박혀 영원히 남는 시와는 달리 몸이 움직여지는 순간 나타났다 사라진다. 삶이 그러하듯 붙잡을 수 없는 그 덧없음이 땅고를 더 아름답게 한다.
이 책은 육체로 쓰는 영혼의 시이며 걷는 것이 거의 전부인 땅고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땅고의 발생지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땅고를 좀더 잘 추기 위해 내가 걸었던 이야기들이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갔었고, 갈 때마다 한 달 혹은 두 달을 생활하며 땅고를 추었다. 오직 땅고만을 추었다. 그래서 땅고 이외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잘 모른다. 그러므로 이 책은 내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걸으며, 밀롱가Milonga 안에서 땅고를 추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땅고를 추면서 생각한 땅고의 본질과 나 자신의 걷기에 대한 의미를 추적한, 사실은 내 삶에 대한 은밀한 기록의 한 부분이다.
─intro 「육체로 쓰는 영혼의 서사시, 땅고」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