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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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의 애인들
연희와 정희1
연희와 정희2

그 이후로 죽음은 더 이상 나에게 공포가 아니었다. 다만 잊혀짐이 새로운 공포가 되었다. 내가 죽으면 나는 곧 세상에서 잊혀지겠지. 내 존재가 잊혀질 거라 생각하니 무서웠다. 두려웠다.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거대한 공포가 생겨났다.

아버지 뒤에서 바짝 긴장한 표정과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낯선 여자 때문이었다. 그녀는 잔뜩 겁먹은 강아지 같았다. 짙은 쌍꺼풀과 커다란 눈, 오똑한 코, 두툼한 입술, 거친 머리칼. 그래, 그리고 갈색의 피부.

팬티남과 방토남이 서로를 말뚱히 쳐다보는 와중에, '저기요. 지금 무슨 얘기세요? 주희 애인은 바로 전데..'라며 서빙을 하던 남자가 끼어들었다. 그는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내게 육개장을 가져다 준 사람이다. 세 남자가 엉킨 가운데 결국엔 내가 나섰다. '다들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같이 대화를 좀 하시죠. 아, 저는 주희의 애인입니다.'라고 결국엔 내 소개를 했으니, 우리는 지금 애인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그녀의 애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