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6078041
· 쪽수 : 100쪽
· 출판일 : 2018-05-17
책 소개
목차
쓰는 존재 3
쓰는 존재 2
쓰는 존재
시작하며
1부
비극
키이-쓰
인디시인
동물의 왕국
양의 침묵
추도문
마리화나
추락
제6갱도
토장
비극 2
허무
비행 아저씨
취준생
남쪽 바다
남은 사람
제6갱도:답장
탄생
2부
클로이
게스트 하우스 3
젖 물리는 여자
샤띠
바라나시:가트
바라나시:카르마
Chicken!
게스트 하우스 2
게스트 하우스
인종차별
바라나시:부성애
브라만
편도
망각
3부
그런 밤
기다림
사랑초
사랑방 손님
흉터 4
직언
장벽
심야영화
추파
목수
사계:그 이후의 이야기
이기심
4am
고독
허풍
여백
겁
봄비
다른 계절
4부
방랑자
책 등
답
무거운 것들은 항상 아래로 향한다
1년
수호자
탓
그림자
등대
세계는 생물입니다
마치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늙은 시집은 오한이 오는지
먼지를 이불처럼 덮었다
그럼에도 다행이다 싶다
삼 개월 전까진 기울어진 장롱을 받치느라
모서리 한 켠이 짓이겨졌다
십 년이 넘는 세월이었다
늙음에는 순서가 필요했기에
응당 시집에게도 청춘은 있었다
그 시절 사람들에게 읽혔을 때는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는 탄성을 터트렸고
또 가끔 누구는 집어던지기도 했으며
어떤 소녀는 창 밖으로 몸을 날렸다고 한다
다만 황금기는 황혼처럼 저물고
청춘은 동틀 녘 이슬처럼 사라졌다
이제는 곰팡내 가득한 다락방
구석 먼저 생을 마감한 옛 동지들
곁에서 안식을 준비한다고 하더라
비극이라 생각했다
이미 죽은 것들이 죽은 척 자리에 눕는다
이미 죽은 것들이 죽고 싶다며 손목을 긋듯이
그건 아니에요 오해입니다
이미 죽은 것들이 죽음 앞에서 내뱉는 말들
죽고 싶지 않았어요
죽을 만큼 힘들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했어요
누군가는
이미 죽은 변명들이 하천에 쓸려 내려간다
원했던 만큼 원하지 않았던 것들의 반작용
하지만 결과는 으레 그러하듯
원하지 않았던 쪽으로 흐를 수밖에
어느 쪽으로 향했던 일단 기울어지면 원하지 않았던 것이 되므로
사선의 경계를 걷는 사람들
죽은 척하는 것들
전부 다 쓰레기들뿐
들어가라 준비된 너의 관으로
네가 파 놓은 네 묫자리로
이미 죽은 것들이 죽음을 기만하네
겁도 없이
나는 겁이 많아
사랑에 빠질 때조차
구명조끼를 챙겨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