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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문화/역사기행 > 한국 문화/역사기행
· ISBN : 9791196107642
· 쪽수 : 417쪽
· 출판일 : 2018-11-01
책 소개
목차
008 하늘정원 경주 남산
016 충돌과 반향의 공간
026 조형 만다라의 세계
048 매화 향에 이끌리어
060 선방의 선승, 고독한 수행
076 안개 낮게 드리운 몽환의 숲
090 맨살 골격 밟으며 저 깊은 곳으로
100 꽃 중의 군자
120 장엄의 시간 양식의 궤적
130 완성을 위한 미완
144 지극한 성음
154 이 생각이 무엇이지
176 구원을 위한 유람
188 원형의 기억 찾아 오르는 섬
198 하늘에서 온 빛의 알
208 거울 속의 거울
220 성과 속의 경계
232 사진가의 우울한 시선 속에는
242 술잔을 띄워 천신을 위무하다
258 빛나되 반짝거리지 않기를
270 하늘과 땅을 잇는 메신저
280 생성의 숲, 생성의 가벼움
294 살아 꿈틀대는 용들의 군무
308 빛은 색을 유혹하고
320 ECM 15초
334 나눠진 간격, 네트워크를 형성하다
352 꿈의 질료들을 쌓아 올리며
364 빛의 실루엣, 찰랑대는 바위
374 자기장의 효과
384 탑, 미세한 입자들의 충돌이라니
398 동쪽에 피운 하늘 꽃자리
410 빛의 정령, 상승과 하강의 터
리뷰
책속에서
불상의 조형미는 초심의 순수함으로 정제된 순간을 포착하여 그 신비감을 더한다. 슬픔은 슬픔이 아니고 기쁨은 기쁨이 아니라는 반어법이 감실 부처상에서는 통한다. 곧바로 드러나는 직설 화법이 아닌 미묘함에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불상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이 다 온화해지고 편안해진다. 자연 속에 기대어 있는 나는 그 어떤 욕망도, 걱정도, 의미도 없는, 그냥 저 바위와 다를 바 없는 내가 된다. 아니, 나라는 것도 없다. 이 속에서 하나로 합일된 상태, 맑고 또렷하고 편안하다는 느낌까지도 없는 그냥 진공의 내가 된다.
// ‘충돌과 반향의 공간’ 가운데
[ 불곡 마애여래좌상 ]
보물 제198호
동남산 불곡 입구에서 숲길을 따라 오르면 산 중턱쯤 펼쳐진 자연 바위 가운데에 깊이 약 1m의 석굴을 파고 그 내부에 사람 크기에 가까운 여래*좌상을 조각하였다. 작은 석굴로 인해 흔히 감실이라 불린다. 단단한 화강암에 굴을 파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우리나라에는 이런 석굴 사원이 거의 없다. 이 석불은 경주 남산에 남아 있는 신라 석불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삼국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며, 이 불상으로 인하여 계곡을 불곡(부처 골짜기)이라 부르게 되었다.
// ‘충돌과 반향의 공간’ 가운데
때로는 석불좌상의 정면을 마주 대하지 못해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본다. 매화꽃과 철쭉, 소나무 숲의 아름다움과 함께 자연스럽게 생성된 기이한 암석과 더불어 바라보기도 하고, 또는 담장 뒤로 물러앉아 멀리 나뭇가지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바라보기도 한다. 자연과의 조화로움으로 본래 그러했을 아름다움을 최대한 이끌어내려 거리를 맞추고 조리개를 열어본다. 더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바라지도 않겠다. 봄이 되면 기다려지던 그 매화 향은 오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이제 사라졌다. 피고 짐은 당연한데, 영원성에 대한 기대감이라니, 역시 어리석음은 나에게 있었다.
// ‘매화 향에 이끌리어’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