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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타

아난타

안민 (지은이)
세상의모든시집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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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타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아난타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6117467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19-08-05

책 소개

2010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안민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부처의 제자였던 '아난타'를 제호로 한 이번 시집에서 언어를 통한 소통의 부재를 넘어, 몸에 의한 소통마저도 불완전한 조건으로 파악하면서 "세상에서 제외된" 존재의 근원적 고독을 노래하고 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눈사람
묵찌빠
마지막 편지
침대가 있는 무대
증명사진
사라진 지대 혹은 금기

제2부
고립국
출가
무릎의 미로
알레그로 55b번
논술 의자
실낙원
지붕 위에서

제3부
조심
해당화
소금호수
해리
파라핀
길 위에서
어떤 각성의 방식
기도
전포대 일기

제4부
6079
후면도
디지털 속의 가시假視
단편
평화
기명汽鳴
포토그래프
차창 밖을 보며
갈퀴나무
경영분석
결산
회색 비
U와 u

해설 : 낭만주의적 신체와 불화의 윤리학 - 기혁(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안민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0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하여 등단하였고,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제18회 부산작가상을 수상하였고, 지난 해 첫 시집 『게헨나』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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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길 위에서 외 2편


술을 마신다는 것은 몸속에 묻힌 지도를 발굴하는 행위임을 알기에 그 밤에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하늘은 수억만 마리 검은 구름을 방목하였고 길 위에는 빗물이 넘쳐흘렀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방파제 끝에 걸린 날카로운 겨울을 만지다 영혼이 베였습니다 술은 빗물에도 해독되지 않았습니다 성분이 같은 종족이라도 언어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지도는 얼었다 녹았다 부서졌습니다 기억 경계를 떠돌던 편린이 먼 나라까지 날려가 식물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천 년 전부터 울던 바람이 그림자는 영원히 직립하지 못할 거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지도 밖에 사는 식물이 동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독학해 왔기에

나는 전복되었습니다 추락하는 순간 거대한 선인장이 몸속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이성은 가면이므로 선인장에게 두 번 절을 올리고 성명을 지웠습니다 선인장 가시가 무성하게 자라났습니다


후면도


웅크린 채 죽어가던 아난타,
등을 관념의 덩어리라 고백했지만

그것은 안으로 멍이 깊어 묵시록 코드처럼 쉽게 독해되지 않
을 뿐 이 밤도 숱한 문양의 등이 저마다의 내력을 저장하며 흘러간다

병든 야크가 제 몸집보다 더 큰 짐을 등짝에 지고 천 길 낭떠
러지 위를 걷고 있다 저녁이 살의 수액을 파먹으며 검게 내리고

쓸쓸한 등짝은 유적처럼 쉽게 갈라진다 틈새에선 눈물처럼 흐린 기억이 흘러나오는데

등을 토닥이는 거나 후려치는 건 등에 대한 숭배,

새를 끌어안고 잠든 아이가 어미 등에서 흘러나온다 새는 힘겹게 숨을 고르다 등의 맥박에 얹혀 아이와 함께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어미의 등도 공중으로 부양되고

이 밤도 라싸의 어느 골목에선 세상에서 제외된 등을 위해 한 무리 붓다들이 예배하고 있는데

나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의 등을 위해 기도하곤 했다 등을 통해 해탈을 건지려 했지만 검은 새, 발톱이 자주 할퀴었고 먹구름이 지날 적마다 운구 행렬 속 라마승처럼 등이 점점 휘어졌다

아직도 나의 등은 구원되지 않았는데 몇 마리 등들이 나의 등에 포개져 울고 있다


마지막 편지
- 칸나에게


우리가 경험했던 공간에서 너와 나를 표절한 남녀들이 가끔 방영된다. 더러는 그들도 편집될 것이다. 기억 앓는 심장을 껴안고 풍문이 던지는 문법을 피해 너에게 향하다가 나는 이십 대에 갇혀 있다. 가난한 손톱이 그렇듯 창백한 관계는 쉽게 깨어진다. 그러나 허기진 손바닥 무늬는 선명하다. 어제의 내 문장은 날개 꺾인 새의 빛깔이고 오늘 내 그림자는 꾸겨져 있다. 내가 너를 증오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 하고 입을 벌려 내 안에 수몰된 너의 처녀를 꺼내줘야 한다. 때때로 새가 작곡한 음률을 삼키고 심장에 붉은 행성이 떠오르도록 바람 속에서 전류를 일으킨다.

바람과 일치하기 위해 경전을 찢고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려 보내곤 했다. 외경과 세상의 경계를 계산하며 불온과 애증을 횡단하여 내 영혼이 바람 틈에서 펄럭이는 것을 바라보면 행복하다. 네 숨결이 내 몸의 오지를 다 돌고 빠져나왔을 무렵 나는 꽤 낡아 있었다. 그즈음 바람이 스스로 뼈를 드러냈고 내 몸 깊은 내륙에서 강진이 일었다. 바람이 제 호흡을 네 동공에 집어넣는 지대는 세상 밖 계절이 쓰러지는 때일 것이다.

너를 호명하면 나뭇잎들은 편곡을 하고 음률은 나를 해체시킨다. 새가 바라본 허공에선 병든 고래나 길 잃은 목마가 생성되거나 지워진다. 이 순간 어떤 물상이 영혼을 버리고 공중에서 추락한다. 그리고 어느 별 후면에선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죽이고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망각하는 것이 목격된다. 그렇지만 시간의 입장에서는 이런 사실도 흔적에 불과하다. 흔적은 표현되는 것이지만 착오이거나 순간이다. 나는 미완성된 채 죽어간다. 그 사실이 두렵지만 공포도 흔적이다. 다만 통제되지 않을 뿐이다.

내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귀향할 수 없기에 악보를 잃어간다. 안된 일이지만 추억은 불편한 장르이다. 상징은 청춘의 제물이며 그것은 불화 속에서 더욱 활기를 지닌다. 젊음이란 것도 사실은 음각된 상징이다. 지금, 불편과 상징이 경계 위에서 뒤엉킨 채 서성이며 어느 곳으로도 향하지 못한다. 사랑해서 미안했다는 내 입술은 진부한 색깔이다. 네가 내 심장에 침을 뱉었을 때 그때 이미 청춘은 죽었다. 짐승이 질주하는 구간과 바람이 맴도는 구간 사이에서 내 심장은 힘겹게 깜박인다. 죽어가는 짐승에게 네가 호흡을 보내더라도 이제 더는 편지가 배달되지 않을 것이다. 그때 진실로 나는 죽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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