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6174491
· 쪽수 : 238쪽
책 소개
목차
1. 인연의 시작_ 8
2. 집 앞에서 행방불명_ 14
3. 모녀의 신경전_ 18
4. 고양이 집사의 첫 임무_ 21
5. 책임당번으로 승진하다_ 24
6. 뜻밖의 눈도장_ 28
7. 선을 지키는 야옹이 엄마_ 32
8. 아내와 큰딸의 빅딜_ 36
9. 납치와 입양 사이_ 39
10. 유배에서 풀려난 야옹이_ 43
11. 난초 대소동_ 46
12. 야옹이 실종 사건_ 49
13. 들통 난 아지트_ 54
14. 본격적인 집사의 하루_ 58
15.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_ 64
16. 야옹이 사전에 왕진은 없다_ 67
17. 권력 실세를 아는 고양이_ 72
18. “야옹”과 “하악”_ 77
19. 집사의 분리불안과 슈뢰딩거의 고양이_ 81
20. 발톱 깎기 전쟁_ 84
21. 야옹이와 아내의 힘겨루기_ 89
22. 문 따는 고양이_ 93
23.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_ 97
24. 집 안은 안전해_ 100
25. 뒤처리는 아빠의 몫_ 104
26. 야옹이의 든든한 우산, 작은딸_ 106
27. 화장실이 궁금해_ 109
28. 청와대 고양이도 소파는 긁을걸?_ 112
29. 혼나도 엄마 품이 좋아요_ 115
30. 빨래 너는 고양이_ 118
31. 윌리엄스 씨, 고양이를 키워보긴 했나요?_ 121
32. 아프지만 말아줘_ 124
33. 알면 좋아하고, 좋아하면 즐기는 법_ 126
34. 나의 껌딱지_ 128
35. 꽃보다 야옹_ 131
36. 고양이는 걱정 말아요_ 136
37. 1박 2일의 자유_ 138
38. 스마트 시대, 진화하는 고양이_ 142
39. 엄마 고양이의 마음으로_ 146
40. 흙 먹는 고양이에게도 이유는 있다_ 148
41. 아내와 야옹이의 실랑이_ 152
42. 뜻밖의 서열 역전_ 156
43. 야옹이 엄마의 귀환_ 158
44.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어딘가에 있다_ 161
45. 두 딸을 고양이에게 빼앗긴 아빠의 상실감_ 164
46. 비와 고양이_ 168
47. 얼굴이라도 보게 해 줄걸_ 171
48. 박경리 선생과 고양이_ 174
49. 따뜻한 이웃_ 177
50. 행복했던 야옹이 모녀의 과거_ 180
51. 쓸쓸히 돌아서는 야옹이의 뒷모습_ 184
52. 테러리스트 야옹이와 관대해진 아내_ 188
53. 치매 어머니의 빈자리_ 191
54. 집사의 노련함은 경험에서 나온다_ 195
55. 뜻밖의 날벼락_ 197
56. 다시는 생명을 받지 말거라_ 199
57. 내 삶의 악력기_ 202
58. 새로 태어난 야옹이의 동생들_ 204
59. 모성애는 똑같다_ 207
60. 이사 온 야옹이 엄마와 동생들_ 210
61. 풀 먹는 야옹이_ 214
62. 반가운 소식_ 217
63. 야옹이의 식탁 점령_ 220
64. 야옹이 엄마의 겨울나기_ 223
65. 당당한 집사 선언_ 227
66. 이름을 준다는 것_ 230
67. 나의 리틀 포레스트_ 233
책속에서
한참 기다려도 올 기미가 없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걱정되어 집을 나섰다. 놀이터 쪽으로 가려는데 1층 필로티 앞 벤치에 앉은 딸의 뒷모습이 보였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웬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게 아닌가.
‘저게 우리 아이 맞나?’
딸이 동물을, 그것도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걸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풍경은 조만간 아내와 나, 큰딸 사이에서 시작될 ‘전쟁 아닌 전쟁’의 서막이기도 했다.
“아빠, 야옹이 똥오줌 치우고 청소하고 간식 챙겨주는 것 잊지 마!”
“그래, 걱정 마라.”
비록 할 일은 늘었지만, 야옹이 덕에 대화할 거리가 생기니 적잖게 위안이 되었다. 예전에는 집이라는 같은 울타리 안에서 살면서도 딸과 데면데면했다. 야옹이가 오기 전에는, 카톡으로 대화할 때 딸의 대답은 “ㅇ” 아니면 “ㅇㅇ”이 전부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야옹이의 안부를 묻고 난 후 “ㅇㅇ”을 덧붙이는 것으로 바뀌었다. 내게는 야옹이 덕분에 큰딸과의 대화가 이처럼 늘어난 것이 작지만 감동스러운 변화다.
요즘은 야옹이 사진이나 고양이의 생물학적, 생태적 특징에 대한 정보를 카톡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이제야 딸과 내가 진짜 가족 구성원이 된 것 같다.
어제는 뽀뽀도 했다. 배우 공유가 모델로 나오는 광고 영상에서 고양이랑 뽀뽀를 하기에 야옹이가 입을 삐죽이 내밀 때 나도 과감하게 공유를 따라 해 봤는데, 야옹이의 작고 빨간 코에 입술이 닿은 첫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야옹이는 이제 거의 나의 껌딱지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키우는 ‘퍼스트 캣’ 찡찡이도 대통령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던데, 우리 집 야옹이도 내게 보이는 애착의 강도로는 찡찡이에게 결코 지지 않는다. 어떤 때는 큰딸이 퇴근하고 와도 멀뚱히 쳐다보기만 할 뿐 내 곁에 찰떡같이 붙어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밥을 챙겨주고 똥오줌을 치워주며 방을 깨끗이 청소해준 공을 야옹이가 이제야 알아주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