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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지 않기 위해 피지 않을 것

시들지 않기 위해 피지 않을 것

홍성하 (지은이)
14,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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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지 않기 위해 피지 않을 것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시들지 않기 위해 피지 않을 것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6215231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18-04-30

책 소개

글쓰기 애플리캐이션 <씀>에서 '마음이 여름'이라는 필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홍성하의 글을 모았다. 삼백 페이지에 가까운 소설 혹은 에세이, 시 등, 길고 짧은 그의 글은 평생에 이어져온 깊은 외로움과 자괴, 불안과 같은 감정들을 기초로 한다.

목차

1장 흉기의 이름은 고독
2장 부치지 않은 편지
3장 너무 뜨거운 멜로디
4장 마음에는 입술이 없다
5장 영원의 (불)가능성
6장 삶, 그리고 아직 죽지 않음
7장 가난한 젊음에 대하여

저자소개

홍성하 (지은이)    정보 더보기
마음이 여름과 같기를 바라는 소망을 이름자에 매달고 태어났으나 장맛비의 눅눅함만을 간신히 닮은, 덜 자라고 겉늙은 91년생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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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보내주신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얼마 전 밤의 허리께를 베어내고 도착한 당신의 편지에는 눅눅한 새벽의 냄새가 물씬. 당신께서는 단정한 활자 안에도 당신 고유의 내음을 담을 줄 아시나 봅니다. 백지 가운데 새초롬 앉은 그 한 마디 문장을 한참 쓰다듬다가 코끝이 찡, 아렸다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제가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하셨다고요, 당신.

그 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저는 몇 번을 다시 들여다 보아야 했습니다. 저는 낯선 이를 까닭 없이 궁금히 여겨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고, 성별도 직업도 취향도 모릅니다. 하물며 내일모레의 계획이나 어제오늘의 생활, 더 옛날의 아픈 역사는 어떻게 알까요. 세상의 잣대로 보면 우리는 생면부지의 타인입니다. 그런 사람을 무작정 궁금해할 수도 있는 건가요?
그러나 우울한 그늘에 한 발짝 들어와 이 선선함과 어둑함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당신. 당신의 천진한 한마디를 곱씹다 보니 경계심과 의아함은 슬며시 사라지고, 갑자기 저 역시 당신이 알고 싶어 지는 것입니다. 낯선 호의에 속절없이, 마음 녹아내리는 것입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혹시 관계란 얼마를 아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더 알고 싶은지에 따라 깊어지는 걸까요? 벌써 당신이 가까워진 기분입니다.
예, 본 적도 없는 사람을 그리워해 본 일이 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아마, 당신이 저의 처음이라고 말할 것 입니다.
- ‘답장’ 중


당신은 모르셨겠지만,
이 못생기고 더러운 우울이 저의 맨 얼굴이에요.

좋으실 대로 환멸하셔요.
어차피 당신은 씩씩하고 잘 웃는 저만 예뻐하시잖아요.
- ‘억지로’ 중


그대가 겪는 슬픔의 밑바닥에 내가 살았다. 그대는 그렇게 아프고 힘들 때만 나를 찾았다. 나는 그것이 기뻐 그대의 고유한 암흑으로 더 깊이 잠기었다. 심해어처럼 그대를 기다렸다. 눈이 캄캄해지고 귀가 먹먹해지고 용모는 흉하게 뒤틀렸으나 언제 나를 찾을지 모르는 그대를 위해 나는 기꺼이 나락에 머물렀다. 가끔은 그대가 아주 슬프고 괴롭길 바랐다. 그런 나의 이기심을 그대는 용서해야 했다. 쓰고 역한 그대의 눈물을 다 삼켜주는 이를 저 환한 뭍 위에선 찾을 수 없었으므로. 그대는 나의 품 안에서만 등을 구부리지 않고 잘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간혹 그대는 나를 무슨 슬픔을 배설할 변기쯤으로 여기었으나 아무래도 좋았다. 나도 실은 그대가 언제까지고 망가져 있길 빌었다.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르진 말자, 언젠가 그대가 말했을 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방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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