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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6756895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20-07-20
책 소개
목차
한국 독자들에게
프롤로그 최초라는 것
1장 고향으로
2장 다시 돌아온 유럽
3장 설국으로 출발하다
4장 몬순 폭설
5장 문화혁명의 흔적
6장 오른다는 것은 내려오기 위함이다
7장 시시포스와 에베레스트
8장 크나큰 대가를 치르다
부록 티베트를 거쳐 에베레스트로
에베레스트 지도
에베레스트 등반 시도와 연대기
에베레스트 북쪽과 남쪽의 주요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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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벽의 발치는 해발고도 6,600미터다. 나는 비록 느리기는 했지만 멈추지 않고 꾸준히 올라갔다. 북벽 테두리의 갈라진 곳에 올라서자 나는 무릎까지 눈에 빠지고 말았다. 이런 실수를 저지르다니! 그러나 지금 돌아가지는 않으련다.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빼냈다. 1미터, 1미터, 차근차근 올라가며 눈이 미끄러져 무너지지 않게 나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축축한 눈이 스패츠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합성수지로 만든 등산화 속까지 밀려들어온 눈 탓에 젖어서 쓸리는 소리가 난다. 신중을 기했음에도 눈이 조금씩 계속 무너져 내린다. 노스 콜 아래 대략 200미터 지점에서 나는 꼼짝없이 눈에 갇히고 말았다. 그야말로 진땀을 흘리며 이 사악한 눈과 씨름한 끝에 나는 겨우 빠져나왔다. 이런 조건 아래서 정상에 올라갈 가능성은 제로다. 왜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노스 콜에 오르려 하는 걸까? 간단하다. 올라가야만 한다! 매번 사투를 벌이며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나는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는 기분을 느꼈다.
인생을 살며 나에게 감동을 주고 깨달음을 얻게 한 것 가운데 풍경, 광활한 풍경만 한 것은 따로 없다. 자연의 풍경은 곧 나의 스승이다. 풍경은 그만큼 나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이번 등반만큼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깨달을 기회를 베푼 것도 없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이런 깨달음은 편협했던 나 자신을 벗어나 이 풍경과 혼연일체가 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