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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6254902
· 쪽수 : 345쪽
· 출판일 : 2018-01-31
책 소개
목차
소문의 끝
전야제
다시 빼앗긴 들
뿌이는 블랙홀
운동화야, 운동화야
보물찾기
달의 딸
호랭이 똥값
울 밑에 선 1989
돌거울의 비밀
기러기 울어예는
가자, 그 곳으로
저자소개
책속에서
신천의 밤하늘은 보름이 다가올수록 크고 유약이 잘 발린 달을 구워낸다. 밀물과 썰물이 달의 소관인 바, 사람의 몸 또한 물로 채워졌으므로 달의 형태에 따라 다리 밑 사람들도 달라졌다. 보름 언저리엔 음주량에다 범죄율이 높아지고 툭하면 싸움질이었다. 생식기관이 멀쩡한 노숙자들은 괜한 발정기에 접어들며 짝짓기에 열을 올린다. 다리 밑에서 해결 못한 수컷들이 쌍무화과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것도 그 즈음이다.
그해 겨울은 정말이지 특이했다. 눈이라고 해봐야 해마다 홑이불마냥 슬쩍 덮고 말던 적설량이 그해는 달랐다. 며칠 째 눈보라가 몰아쳤고 때 아닌 폭설이 온 누리를 덮었다. 넓어진 그 여백은 봄이 올 때까지 쉬이 줄어들지 않았으며 몸을 사린 주민들은 한동안 포위된 채 길이 터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길고 냉혹한 겨울은 꽁꽁 언 채로 꼼짝도 않았다. 김칫독이 터지는가 하면 월동준비를 마치고 엄동설한과 한판을 각오한 집마저도 금방 나가떨어졌다. 땔감이 충분치 못한 집에선 식구들의 체온으로 버텼고 그마저 형편이 안 되는 홀아비는 큰 암캐를 껴안고 밤을 새웠다.
길이 한산해지자 택시는 속력을 최대로 올려 대구를 팽개치듯 벗어난다. 이제 북쪽으로만 가면 두 사람의 고향에 이를 것이다. 너무 많은 것들을 두고 온 그곳. 택시가 칠곡을 박차고 지나는 순간, 슬픔과 상실의 도시를 떠나 금성으로 가고자 그러니까 새 세상을 향해 국경을 넘는 기분이다.
기사에게 최종 목적지가 금성이라고 하자 하늘에 떠 있는 샛별만큼이나 멀게 느낀다. 택시가 화선지 위의 붓처럼 산야를 그리고 지퍼처럼 평야를 가르며 달리자 뿌이가 창을 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