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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6262785
· 쪽수 : 146쪽
· 출판일 : 2019-10-28
책 소개
목차
제1부 서정 시첩
청량리행 열차를 타면서
절터에서
묻힘의 아픔, 떠남의 슬픔
고향 무정
이별
모두에게 다 봄이면
다시 문학을 위하여
나보다 더 소중한 당신
한글날 시인에게
또 하나의 가을
눈향나무 분재
어느 허름한 낙향
이별 노래
무서리
제2부 성찰 시첩
정상에 서서
쌈 채소를 심으며
나무도 허물을 벗는구나
겨울밤
버티고 견디기
사는 동안
다시 산책정답 없는 세상
만약에 술집이 없다면
가꾸기
사람 대신 온 꽃바구니
살아남기, 나무
초승달
행운목에 핀 꽃
배
낮달이 흘러가는 곳
제3부 귀촌 시첩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그대
진달래꽃을 따면서
구름이 1
구름이 2
밤하늘을 보면
조롱박
흙이 없는 곳에서도 피는 꽃
암병동 1
암병동 2
폭염 속에서 얻은 결실
가을로 가는 길
고구마를 캐면서
공설운동장에서
겨울, 산촌
제4부 촛불 시첩
공생 혹은 상생
다래순을 따면서
이유 없는 사랑
미세먼지
할미꽃
꽃잎을 주우며
산딸기 익는 시간
호박 익어 가는 시절
밤을 주우며
권고사직
흐린 날
촛불 1
촛불 2
촛불 3
촛불 4
촛불 5
시인의 말
해설
저자소개
책속에서
묻힘의 아픔, 떠남의 슬픔
물길이 막혀 버린 날
구름이 갈 길을 멈추고
새들도 울지 않았다
나는 그날
어머니가 삶은 가난한 감자를 먹고 있었다
청아하던 강물 소리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눈물에 덮인 감자 한 덩이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었다
물길은 점점 차올라
마당을 묻고 마루를 묻고
마침내 지붕까지 묻었다
묻히는 아픔에 나는 울었다
아버지 어머니 아저씨 아주머니
형 누나 동생 친구들 모두 울었다
산목숨은 살아야지
산 입에 거미줄 치랴며
짐을 싸는 아버지의 굽은 등 위로
슬픔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떠나는 사람들의 어깨도 처졌다
묻힘의 아픔 떠남의 슬픔이
먼지 나는 신작로에서 울었다
다시 문학을 위하여
인덕원에 있는 제주 흑돼지 전문점 돈사돈에서
버얼건 연탄불에 먹음직스런 오겹살을 구우며
그가 울부짖었다
문학은 죽었어 문학의 시대는 갔어
지글지글 타들어 가는 한탄이
뜨거운 연탄불 위에서 두 번 죽을 때
새로 나온 도수 낮은 소주
잔은 더 빨리 비워지고
취하는 속도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데
그의 목소리는 아주 빠르게 탁해지고 있었다
시를 우습게 알고 소설을 읽지 않는 시대
죽은 사회에서 우리는 무얼 하나
분노의 잔과 잔이 부딪치고
핏대 높이는 목소리에 놀라
연탄불 더 붉게 타오를 때
어디 문학이 시와 소설뿐이더냐
밥딜런도 노벨문학상 받았는데
노벨문학상을 거부하는 문인도 있지 않은가
값지기로야, 받아 줘서 고마운
언저리문학상이 훨씬 낫지
버티고 살아 내는 것 자체가 문학 아니냐
등단한 사람만이 문학인이냐
등단하지 않고 글 잘 쓰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등단 심사하는 사람 자체가 함량 미달인데
등단한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
문학에 경계가 어디 있느냐
치열하게 쓰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다시 문학을 위하여 건배를 외칠 때
새로 나온 소주병은 어느새 비워져 있었다
만약에 술집이 없다면
세상은 존재할 수 없다
세상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나는 더더욱 존재할 수 없다
술 취했던 간 밤이 없었더라면
내 어찌
찬란한 아침해를 맞이할 수 있으랴
부끄러운 줄 아는 아침은 참으로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