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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6297428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18-08-13
책 소개
목차
서문
Part 1 47년, 애증의 동반자。
Part 2 살맛 나는 인생을 선물해 준 내 인생의 기쁨。
Part 3 가장 믿고 의지한 내 인생 최고의 벗。
Part 4 내 가장 아픈 손가락、 사랑하는 막내。
Part 5 수고했네、 오늘도…
∙ 부록 마음까지 든든하게、 엄마표 소울푸드
저자소개
책속에서
『 어린 시절은 물론 대학에 들어가서도 저에게 쏟으시는 어머니의 사랑에 눈물겹도록 감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한 달이 멀다 하고 보내 주신 정성 어린 소포와 편지, 서울 올라올 때마다 무겁다고 투정해도 이것저것 기둥뿌리까지 뽑아 주듯 챙기시는 손길, 왜 이렇게 세련되지 못하냐며 미용실에 데려다 주고 광복동을 누비며 옷을 사 주신 기억들, 빠듯한 생활에서도 자식 기죽지 말라고 유럽 연수까지 보내 주신 열심 그리고 자식 장래를 위해 멀리 서울까지 피곤함을 무릅쓰고 다녀가신 그정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고마우신 사랑을 받으면서 저는 아무것도 드릴 게 없었습니다. 』 1992년 4월 29일, 장녀의 편지 중
무심한 남편, 자상하지 않은 남편으로 평생을 살아온 그와 40여 년 동안 묵묵히 가정을 이끈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 부부가 공유한 것은 구일, 희경, 민정 삼남매의 교육이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올바르게 키우는 것. 그것만큼은 한치의 어긋남 없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아이들이 성적 잘 나오고, 좋은 학교에 입학하고, 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길 같은 마음으로 바랐다. (중략) 남편이 비록 다정한 남편, 좋은 남편이 되지는 못했더라도 든든한 울타리, 듬직한 아버지, 존재감 있는 아버지가 되려고는 무던히 애쓴 것 같다. 다만 그이상의 사랑과 잔정을 주는 건 조금 서툴렀기에 그런 부분은 엄마인 나에게 위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식에게 끈끈하고 소소한 사랑 표현이 부족했던 남편은 그런 부분을 내가 채워 주리라 믿은 것 같다.
『 어머니, ‘구름에 달 가듯이’ 그렇게 계절은 피고 지는 듯합니다. 환절기에 몸은 건강하신지 궁금합니다. 보내 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구구절절 자식 생각에 근심걱정 잘 날 없을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역시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아들딸이 다 커서 집을 떠나면 부모님은 상당히 고적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워낙 친구분이 많다손 치더라도 어머니는 그렇지 않잖아요. 지금부터라도 어머니의 삶을 자꾸자꾸 찾으세요. 어머니께서 저희에게 주신 그 사랑과 은혜를 어찌 다 보답하겠습니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 1984년 9월 7일, 아들의 편지 중
아들이 국가고시를 마치고 미국 의사 시험 문제 해설지를 출판하기로 했을 때였다. 구정이 가까워 오는데 여러 가지 스케줄과 마감 시일까지 겹쳐 집에 내려오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나는 곧바로 구정에 내려올 생각 하지 말고 약속한 마감 시일을 꼭 지키라며 집에 오겠다는 것을 만류했다. 출판사와 약속한 게 있으니 그 약속을 먼저 지키라는 것이었다. 결국 아들은 며칠 밤을 꼬박 새워 마감을 하고 구정에 내려왔다.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것도 내가 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일이니 중요하다. 아들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약속의 가치를 잘 아는 것 같았다. 달변이었던 남편에 비하면 나는 말수도 없고 그리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별도 달도 따 줄 것처럼 말로 미혹하지도 않고, 말만 앞세워 약속을 가벼이 여기지도 않는다. 아들 역시 항상 진중하게 말을 내고 , 누구하고나 쉽게 약속하기보다는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고, 뱉은 말에는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 붓글씨는 잘 쓰입니까? 매일은 아니라도 꾸준히 나가신다기에 제가 기분이 뿌듯합니다. 자기에게 할 일이 있다는 건 한편으론 귀찮은 의무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생명력을 태울 수 있는 하나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저희 뒷바라지하느라 많이 늙으셨는데 희경이랑 훌쩍 떠나와 버리니 어머니 가슴이 허전하실 겁니다. 그렇다고 자식 놈이 자주 문안 편지도 안 쓰고 가끔 전화나 해대니 속으로 많이 섭섭하신 것도 알고 있습니다. 바쁜 것도 바쁜 거지만 기본적으로 정성이 부족한 것 같아요. 앞으로 자주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어머니의 새로운 일, 관심 있는 일을 많이많이 찾고 즐기세요. 』 1987년 1월 2일, 아들의 편지 중
한복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족두리를 쓴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니 참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50 여 년 전 결혼할 당시 이야기가 아니다. 예순의 나이에 취미로 한국무용을 배우러 다닌 적이 있다. 어느 날 연습실의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니 그래도 참 곱게 나이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어 한참을 거울 속 나와 마주 보았다. 그러곤 ‘ 김인순 , 참 예쁘다!’ 라고 속으로 몇 번을 되뇌었다. 정 없이 사는 남편이라도 열심히 뒷바라지했다고, 어려운 시기에도 가정 잘 돌보며 살아왔다고, 삼남매 잘 가르치고 건강하게 성장시켰다고, 나를 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가꾸며 보살폈다고, ‘ 그래 , 참 잘 살아가고 있다 !’라며 토닥거려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