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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6341688
· 쪽수 : 279쪽
· 출판일 : 2020-10-16
책 소개
목차
여름
아버지의 부재 011•김밥천국, 그리고 뺑끼 묻은 옷 017•우정의 무대 020•32년 전 8월의 마지막 날 026•나의 슈퍼히어로 032•여름, 광장, 그리고 공룡메카드 036•복숭아 향기 040•한 발 잠시 떼었다가 밟는 거야 045•그렇게 나는 보살팬이 되었다 049•로또 마니아의 아들 054•부자의 목욕 059•피자와 아버지 064•다시 여기 해운대 앞바다 068•달릴 수 없는 슬픔 073
가을
비빔밥 두 그릇 080•은사시나무 소리가 들린다 085•간판 로봇의 시대를 기다리며 090•오늘, 회 095•셰릴 샌드버그의 위로 100•미래의 미라이, 과거와 소통하는 법 105•딸, 그리고 결혼식 110•소고기와 삼겹살 114•공구세트 한 벌 118•뒤로 자빠지는 나무 123•어머니의 김지영 127•그래도 미루지 말아야 할 것들 132•사라진 노트 한 권 137•둘만의 마지막 외식, 짜장면 한 그릇 141
겨울
마음속 그림 한 폭 148•자~알 나왔어! 152•누구나 잠시나마 치유자가 될 수 있다 157•아버지가 남긴 열 살배기 그랜저 162•하루에 일 년을 산다 166•어느 육십 대 부부 이야기 171•없으면 이상한가 봐 176•마음을 아는 사람 180•보고 싶으면 전화를 하세요 185•손때 묻은 작업노트 192•찰나의 만남 197•아버지의 파란 마스크 200
그리고, 봄
학부모가 되던 날 206•내 영혼의 ‘닭-도리탕’ 211•그의 바둑, 나의 바둑 216•봄꽃 엔딩 222•벚꽃비 내리는 날 226•집에 있으면 편할 줄 알았지? 231•좋은 아빠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236•아이 눈에만 보인다 240•재난이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기 245•장래 희망이 뭐냐고요? 249•한나절간의 이별 256•호수공원과 삼백 원짜리 커피 261•왜 꼭 그래야 하는데? 266•눈을 맞추니 들리네 27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버지는 좋게 말해 지방 중소기업의 관리자였고, 까놓고 말하면 건설업 먹이사슬 끝에 있는 손바닥만 한 하청업체에서 사장과 직원들 사이에 끼인 채 고생하는 월급쟁이였다. 전국 공사장을 전전하며 막노동에 가까운 일을 수십 년간 했던 아버지의 옷에는 언제나 뺑끼, 그러니까 페인트가 묻어 있었다.
식당 안 아저씨들의 옷차림은 내 아버지와 같았다. “좀 깔끔하게 하고 다니시라”고 타박도 했던 작업복 차림. 이 분들을 계속 보고 있자니 지금이라도 아버지가 식당 구석에서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일어설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 오늘 또 이렇게 아버지랑 만나네.
이런 느낌이 이제 점점 익숙해져간다
- 「김밥천국, 그리고 뺑끼 묻은 옷」 중
여름이 되면 이 대전역 광장에 더위를 피하러 나온 시민들이 삼삼오오 돗자리를 폈다. 대전역 바로 앞에 살았던 우리 가족도 그 인파 중 한 무리였다. 한여름 열대야에 광장이 시원해봤자 얼마나 시원했을까만은, 그렇게 느낄 법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우리 가족은 조그마한 식료품 가게 한편에 딸린 방 한 칸에서 살았다. 여름에는 음료용 냉장고와 아이스크림 냉장고 두 대에서 나오는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가게 안을 맴돌았다. 에어컨은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었고, 창문 없이 막힌 공간은 여름만 되면 찜질방으로 변했다. 안에 있는 것 자체가 곤욕이었다. 밖이 아무리 무더워도 가게보단 백 번 나았다.
악착같던 어머니는 그 찜통 속에서도 자정 무렵까지 문을 열고 장사를 했다. 쉬이 잠들 수 없는 환경이니 아버지와 나, 동생은 돗자리 하나 들고 여름 내내 대전역 광장을 찾았다.
- 「여름, 광장, 그리고 공룡메카드」 중
초보 운전자의 당황한 모습을 물끄러미 옆에서 보고 있던 아버지는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여느 때처럼 작업복 잠바를 입고 팔짱을 낀 채.
“아 한 발 좀 뗬다 밟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용식이는 명함도 못 내밀, 특유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였다. 이는 아버지의 츤데레 같은 원포인트 레슨이었다.
십수 년 전 일이지만 아버지가 해준 그 한마디가 종종 떠오르곤 한다. 그로서는 큰 의미를 담지 않은, 그저 처음 운전대를 잡은 아들이 안쓰러워 (혹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 조언 한마디를 얹어주었을 뿐인데, 아들은 그 말 한마디를 평생 가슴속에 품고 살아간다. 아껴 먹는 육포처럼 두고두고 머릿속에 담아 두고 가끔 삶이 막막해진다 싶을 때 조심스레 꺼내본다
- 「한발 잠시 떼었다가 밟는 거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