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의 불빛이 반짝일 때

오늘 하루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지만, 그 대신 서로의 이름, 나이, 사는곳,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서로에 대해 먼저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저 여행을 함께하는 동행 정도로만 남고 싶은데 혹시 그게 싫으시다면 함께 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이게 무언가 싶은 마음과 함께 그녀를 바라보았다.

즐거움만을 기대하며 떠나는 여행에서 우리는 오히려 실망감을 안고 돌아오게 될지도 모른다.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비를 맞을까 노심초사하며 다급하게 나아가는 일보단, 그마저도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가 보내는 여행이 순간들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들을 바라보게 하고, 그 사이에서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조금은 더 풍요로워진 여행의 순간들을.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견고한 세계를 간직하고 태어난다. 그렇기에 사랑을 시작한다는 것은 저마다의 세계를 무너트리는 행위이며, 나아가 각자가 아닌 함께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세계를 무너뜨릴 용기를 갖는 일임과 동시에,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