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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6578442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20-08-31
책 소개
목차
여는 말: 내 글이 당신을 도울 수 있다면
1장. 이야기
12시간
2장. 윤리
우리는 사람일까
2,686건, 2,686명
‘기증자는 안전해요’라는 말뿐이었다
병원의 말대로 기증자는 정말 안전한 걸까
합병증을 넘어 삶의 질 관점에서 기증자 예후 추정하기
인간의 자율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행위자의 믿음
행위자의 바람
특별관리 대상이 되다
뇌사자의 장기를 기다려 볼 수는 없었을까
드라마에서는 간이식 잘만 하던데
3장. 관행과 시스템
수요의 창출과 공급이 패키지로 묶여있을 때
보호자의 법적 동의와 진심 어린 동의
사회복지사와의 대화
기증후보자가 기증 의사를 철회할 수 있을까
기증자 보호 시스템의 필요성
수술 후 돌봄에서 소외되는 기증자들
왜 수술 바로 전에야 집도의가 누군지 알 수 있었을까
질문하지 못하는 기증자들: 의료계의 전문가주의와 가부장주의
질문하지 않는 의사들: 의학의 불확실성
시스템 만들기: 독립된 기증자 옹호 그룹
닫는 말: 내 몸이 당신을 도울 수 있다면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2019년 한 해 동안 2,686명의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간이나 신장을 떼어 기증했다. 내 남편도 그중 하나다. 배를 갈라 고형 장기를 떼어내는 일이다. 이전 상태로 돌이킬 수 없는 수술이다. 그 대단한 일을 하고야 마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이렇게나 많다. 그들의 사랑과 용기를 치켜세우려 쓴 책이냐고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는 내 자질이 형편없다. 그들의 고귀한 희생은 언어로 빚은 내 작은 그릇을 가득 채우고 남아 흐른다. 나는 그저 가끔 남편의 얼굴에서 고난을 자처해 비범한 일을 해낸 사람의 자비와 자부를 볼 뿐이다. 그 얼굴 앞에서 나는 잠시 숙연해진다.”
“선생님. 지금까지 말씀하신 기증자의 안전이 단순히 기증자의 생존율만을 뜻하는 건 아니시죠? 기증자의 삶의 질까지 포함된 것 맞죠?”
그는 격앙된 투로 쏘아붙인다.
“삶의 질 같이 추상적인 걸 어떻게 측정합니까!”
그때 깨달았다. 삶의 질은 의료 행위의 고려 영역이 아니라는 그에게서 얻을 수 있는 유의미한 정보는 이제 더 없다. 기증자에 대해 그에게 물을 필요가 없다. 남편에게 일어나자고 말했다.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편이 공손히 인사했다.
“그럼 수술 진행하는 걸로 알면 될까요?”
내가 답했다.
“수술 동의서 쓸 때 결정할게요. 아직 주치의 선생님과 면담이 남아있어서요.”
뒤돌아 나오는 우리 등에 대고 그가 외치듯 말했다.
“간이식 수술은 아주 드라마틱한 수술이에요. 하고 나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드라마틱하다고 말하는 그가 떠올리는 드라마의 등장인물은 어떻게 구성될까. 의사는 영웅, 남편과 어머님은 선량한 시민, 나는 빌런일까. 그가 말을 이었다.
“제가 볼 땐 거의 100퍼센트라고 봅니다. 수술만 하시면 어머님 100퍼센트 건강해지실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