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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6674601
· 쪽수 : 524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겨울
제2부 봄
제3부 여름
제4부 가을
에필로그 다시 겨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갑자기, 소스라치게, 섬광처럼 그의 손길이 억세게 유라의 가냘픈 몸을 낚아챘고, 유라는 반쯤 비스듬히 누워 그의 품에 안긴 자세가 되고 말았다. 그가 순식간에 그녀의 입술 속과 귓불에 뜨겁게 키스해 오는 순간 유라는 갑자기 입술 끝과 전신을 타고 쏟아지며 흐르는 별들의 향연에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순간 뇌리는 혼미하기만 했고, 의식은 살갗을 타고 흐르는 전류처럼 찌릿하면서도 달콤하기만 했다. 여름이었지만 서늘한 밤바람이 열 오른 살갗 위에 심한 자극처럼 느껴졌다. 밤하늘은 이상하리만치 똑똑히, 강한 빛을 쏘아 댔다.
유라는 이 거리 한 모서리에서 차디찬 체온으로 분열된 심장의 열기를 희망이라는 액자에 콜라주하고 몽타주하려 애쓴다. 가슴 한구석에 스민 재스민 향기가 은은히 새어 나온다. 저열한 본능의 그림자와 고고한 지성의 물줄기가 그녀의 내부에 함께 도사리고 있다. 아니라면 지고한 본능의 광채와 내밀한 지성의 음지가 그녀에게는 공존하고 있다. 그녀는 걸음의 균형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애써 도도히 걷는다.
…… 유라는 로데오 거리 옷가게를 몇 군데 들러 본다. 가게마다 봄옷을 사려는 여인들이 제법 끊이지 않는다. 유라는 일 층과 이 층 계단을 오가며 구경하기도 한다. 부티크의 정제된 유리 상자 안에 있는 그녀 자신이 바깥 사람에게는 박제 인형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마음에 드는 옷 앞에 정지해 있다. 한순간 유라는 마네킹이다!
늘어진 금발, 빛나는 잿빛 눈동자, 섬세한 뼈대, 그는 리듬을 타고 서 있다. 고조된 숨결, 창백한 살결, 윤기 흐르는 머릿결, 유라는 긴장되어 있다. 그녀는 질감을 전혀 주지 않는 가벼운 시스루슬립을 입고 사뿐한 음의 통로를 따라 빨려 들어간다. 색소폰의 아련한 선율이 드디어 규칙적인 드럼의 강렬함과 혼합될 때에는 무언지 알 수 없는 기대감에 그녀의 심장이 세차게 뛴다. 그 거친 박동은 즉시 희열로 바뀌고, 자유로운 상상과 꿈의 세계에서 그녀의 영혼과 육신은 슬슬 움직여 나간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의 한복판에서, 위태로운 절벽의 마지막 언저리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나는 창공의 한 지점에서, 그녀는 맨발로 전신을 비틀고 있다. 풍경, 로맨스. 보드라움. 감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