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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96679330
· 쪽수 : 412쪽
책 소개
목차
二. 문복실 궁궐연애담
三. 인연(因緣)
四. 십 년 후 이야기- 온양행궁 대소동
五. 문복자의 첫사랑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참으로 괴이하구나.”
결이 중얼거렸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평소처럼 수라를 들은 후 서책을 읽던 참이었다. 침소에 들 시간이 지났음에도 정신은 말똥말똥 깨어 있었다. 처음에는 고뿔이 든 줄 알았다. 그러나 열이 오르는 것도, 달리 어디가 불편한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몸이 아닌 마음이었다.
“전하,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림자처럼 결의 곁을 지키며 따라올 뿐,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않던 겸사복 박중연의 물음이었다.
“아니다. 그저 오늘은 홀로 잠들고 싶지가 않아…….”
결이 그답지 않게 말끝을 흐렸다.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는 생각들을 차마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은 여인의 몸이 그리웠다.
그 역시 왕이기 이전에 젊은 사내인지라 종종 여인 생각이 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육욕이 동한 날은 없었다. 어느 정도였느냐면, 상궁들의 치마폭 스치는 소리에도 몸이 달아올라 주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혈기왕성하던 세자 시절에도 이토록 여인이 간절하게 생각난 적은 없었던 그였다.
그때였다. 시원한 밤바람에 마음이라도 식힐까 싶어 걸음을 옮기던 결의 귀에 요란한 소음이 들려온 것은.
적막한 궐 안에 울려 퍼진 소음의 정체는, 무엇인가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였다.
“일단 강녕전으로 드시지요. 소인이 알아보겠나이다. 전하.”
“아니다. 겸사복이 옆에 있거늘, 큰일이야 있겠느냐. 내 가보겠다.”
결이 소리가 난 교태전 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겸사복 박중연이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결의 뒤를 따랐다.
(중략)
“당장 나오지 못할까!”
서슬이 퍼런 윽박지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과년해 보이는 여인이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커다란 물동이를 이고 있던 무수리가 아랫입술을 달달 떨기 시작했다.
“쇤네, 죽을죄를 지었나이…….”
앞뒤 분간 못 하고 바닥에 넙죽 엎드리려는 통에, 무수리의 머리 위에 이어져 있던 커다란 물동이가 균형을 잃고 흔들거렸다.
“어, 어!”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춤이라도 추듯 우스꽝스럽게 몸을 가누며 안간힘을 쓰던 무수리의 몸이 크게 휘청했다. 무수리는 결국 손에 쥔 물동이를 놓치고야 말았다. 물동이 가득 들어 있던 물이 그녀에게로 쏟아져 내렸다. 물벼락을 정통으로 맞은 탓에 무수리는 그야말로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 ‘와장창!’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물동이가 산산조각 났다.
복자(福者)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물을 흠뻑 뒤집어쓴 것과 궐의 물동이를 깨뜨린 것은 사실 문제도 아니었다. 눈앞에서 자신을 매섭게 쏘아보고 있는 상궁마마님의 존재에 비하면.
(중략)
복자는 흥건히 물이 고인 바닥에 냉큼 엎드렸다. 그녀에게는 오직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 납죽 엎드린 자신의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1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