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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여름

검은 여름

김동하 (지은이)
  |  
블루뮤지엄
2019-11-25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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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여름

책 정보

· 제목 : 검은 여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6855109
· 쪽수 : 160쪽

책 소개

김동하의 첫 시집 <검은 여름>. 스물한 살의 나이에 감각한 종말의 계절. 떠나지 않기 위해 매일 밤 낱장의 종이 앞에 모든 것을 고백했다. 그렇게 자신이 아닌 것들의 이름은 철저히 거부한 채 먼 길을 걸어왔다. 노골적 슬픔과 분노. 삶과 죽음. 그리고 '나'. 타오르는 생애 한복판에서 쉼 없이 기록한, 어느 한 청춘의 총보總譜이다.

목차

프롤로그/ 어느 날, 그림자 위로 비가 내렸다
9p

1부/ 여름은 그렇게 왔다
25p

2부/ 역동하는 생애
63p

3부/ 체념의 힘으로
113p

4부
143p

저자소개

김동하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97년 출생. 저서로 <검은 여름>, <텅 빈 극장 속의 커튼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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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깊어가는 밤을 모르고 사랑을 좇기 위해 이튿날까지 뒤엉키던 몸이면 우리는 좋았다.

좋은 꿈 꾸라는 너의 말과 함께 돌아눕던 새벽들이, 맞댄 등 사이로 나눈 서로의 체온 속에서 비밀스럽게 흐르던 차가운 전율의 까닭이 이제서야 씻을 수 없는 천형天刑으로 선명하다.

(...)

악몽에 쫓기다 눈을 떠보면 너는 없었다. 네가 없다. 번갈아 입에 물던 젖은 담배 필터 위 선명하게 남은 네 입술도, 비 오는 날 발을 맞대고 나란히 누워 듣던 철 지난 사랑 노래도, 없다. 우리는 무엇이 급해 그토록 하나가 되고 싶었을까.

아니, 나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꿈속에서 쏟아지던 건 살갗을 두드리는 차가운 비도, 혼자 숨죽이는 너의 눈물도 아니었다. 잃어버린 나였다. 꿈속에서도 꿈밖에서도 나는 나를 찾아 헤매고 있었을 뿐. 나를 담기 위해 들어간 깊은 너의 품속에서, 나를 잃었다. 맞물리며 서로를 찾던 몸이 네가 아닌 모든 나라는 걸 알았을 때.. 눈앞에 없는 너보다 잃어버린 내가 간절했다.

나는 너를 잃어버린 적이 없다.


나의 정신적인 위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때쯤이었다. 나의 공화당은 실패했고 어지러운 국란國亂과 민중의 봉기와 투쟁 따위로 아득한 정신 속이었다. 그때 네가 무어라 중얼거리며 떠났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것 같은데 사실 잘 기억할 수 없다. 결코 정돈될 수 없는 투박한 나의 청춘이 생애 끝에선 과연 얼마나 매력적일까, 고민하며 찻잔을 두드리다 집으로 돌아온 것이 전부였다. 순간의 기록을 위해 옮기는 발걸음은 언제나 빠르다. 나는 진작 균형을 잃었기에 너의 부재가 나를 무너뜨리진 않았다. 애초에 머무르긴 했던 것일까, 내가 가졌거나 잃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결국 네가 떠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어두운 실내에서 외출도 없이 며칠을 갇혀있다 어느 구원의 부름에 응하기라도 하듯 밖으로 나왔다. 매캐한 연기를 걷고 안구를 사정없이 투광하던 세상의 빛이, 온 땅에 낭자한 선혈을 높은 하늘까지 묶어놓은 듯 선명한 자줏빛이었다. 신비하다. 신비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그동안 축적된 모든 나의 불행이 역류하는 듯 일순 숨을 쉴 수 없었다. 횟배 앓던 삶이 깨끗이 씻겨나가며 새로운 영혼이 잦아들고 있었다. 아랫배가 차다. 걷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그동안의 기록을 떠올린다. 축적된 불행, 불가항력적 권태, 불안, 불면.. 나의 모든 순간은 온통 不이었다. 여태껏 나는 무너져야 마땅한 사람이라 굳게 믿었는데, 이제는 무언가 잘못됐다. 깨진 유리잔 밖으로 넘치는 물처럼, 내 영혼의 방향을 걷잡을 수 없다. 가늠할 수 없다. 역동하는 이 생애가 두렵다.


악착같이 매달리는 어느 불행한 시절의 초상을 찬찬히 살펴보았던 바로 오늘, 드디어, 죽음을 찾았다 드디어 죽었다! 홀로 걸어온 먼 길인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네 손 꼭 잡고 있었으니 마음이 퍽 고요하다 굴곡진 형이상학적 노정이 마침내 세상 밖을 향해 다시 한번 휘어지는 순간이다 가당키나 한 것일까 나는 스스로 목을 묶은 적도 없는데. 목을 묶지 않아도 손쉽게 감각할 수 있는 죽음이 굴곡으로 시시각각 우리의 몸을 통과하고 있다 굴곡은 형이상학을 낳았고 세상의 궁극적 근거는 너의 입술을 끝으로 알 수 없게 되었으니 너의 입술을 따라가다 보면 다만 죽은 줄 알았던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줄 알았던 그 망할 놈의 심장이 또다시 불끈거리고 있겠지 내가 굴곡이 되고 굴곡이 내가 되겠지 아아, 차라리 우레와 같은 총성으로 그 끈질긴 생명력의 종말을, 나의 눈앞에, 현실로 이끌어주소서. 그러나 죽음이란 항상 새롭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사라지는 것들이 덩달아 늘어나기도 하는 것이어서 육신의 무게가 조금씩 줄고 있는 게 이 때문은 아닐까 무게와 부피는 대부분 비례하는 것이니 나의 무게가 줄어드는 만큼 세상의 부피는 삶의 안팎으로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그 ‘사실’의 무게가 마침내 버거울 때가 오면 나는 습관적으로 돌과 함께 차여보려 애쓰는 것이다 찬다는 것과 차인다는 것을 능동과 피동이라는 언어적인 오류 범위 내에서, 그 단순한 이미지만을 통해 떠올려보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의 모습처럼 동떨어지지 않고 동질감을 형성하여, 동이 닿지 않는 動과 同까지, 편협한 사고로부터의 확장이 계속해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이 트는 속도보다는 느리고 해가 저무는 속도보다는 빠른 것인데, 일출보단 일몰 속에서 생애를 엿보곤 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호흡을, 완급을 조절하지 않고서는 하루도 버티기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육질이 전에 없이 황홀할 것 같은 이 허물 속에 진실된 내가 단 한 장도 남지 않았음을 감각할 때 세상을 등지기로 하였으니 나는 반드시 서둘러야만 하는 것이고, 그리하여 새벽마다 탐스러운 쇠붙이들 주렁주렁 달려있는 외관이 훌륭한 그 공장을 열어야만 하며 남공이든 여공이든 단도를 붙잡아 높이 차올리는 시늉도 때로는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피만 보면 두 눈이 충혈되고 심장이 온몸을 통해 펄펄 끓으며 자학의 묘미에 다시 한번 혹해보기도 하는 것이었구나 사실 우리, 몫의 불행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전에 없던 나의 利己를 펼쳐 보이는 것은 아닐까, 염려를 했어 네 손목에 깊게 그어진 선을 따라 손 뼘 가까이엔 삶을 그 밑으로는 죽음을 사이좋게 걸어놓으며 이 복잡한 세상을 이분화하고, 아주 편리하고 즐거운 줄넘기 놀이를 통해 모든 피의 얼룩을 자꾸만 좇아보겠다는 말이다 전부, 전부인 것은 없다 내 삶도 그렇고 네 삶 또한 그럴 것이다 차인 돌처럼 쉽게 떠나지 못하고 굴러다니는, 이를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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