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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6866990
· 쪽수 : 276쪽
책 소개
목차
귀향 / 김하기
착각일수도 / 문성수
비에이 / 강동수
반말 / 박향
꽃 중에 꽃 / 정인
아버지가 가리킨 나라 / 배길남
저자소개
책속에서
“다 나라 팔자가 모진 탓이다. 사랑채 타 없어진 거 봤나? 니가 가고 난 뒤, 빨갱이한테 가족들이 학살당했다는 자들이 횃불을 들고 우리 집에 쳐들어와서 불을 놓았지. 사랑채에 누워 있던 너가베를 끄집어낸다고 혼을 빼던 생각을 하면….”
문득 그는 자신의 일을 떠올렸다. 그렇게 단호히 결백을 항변했던 일들도 어쩌면 아집의 그물에 사로잡혀 그렇게 믿고 싶었던 착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서 아이들이 불쾌감과 성차별을 느꼈다면, 아니 자신도 모르는 어떤 욕망이 내밀한 가면을 쓰고 그렇게 연출하도록 지시했다면 그래서 사과를 요구한 아이들의 주장이 꼭 모함만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그는 갑자기 자신이 두려워졌다.
녹두는 평상 아래에서 주둥이를 처박고 먹이를 탐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동그랗게 말려 올라간 녀석의 꼬리가 귀엽다. 문득 녀석의 배가 볼록하게 솟은 게 눈에 띄었다. 가만 있자, 이 녀석 배가 왜 이 꼴이지? 나는 평상 아래 녀석의 배 쪽으로 손을 슬며시 내밀었다. 녹두가 고개를 홱 쳐들고 나를 노려보았다. 녀석의 눈에 들짐승 특유의 날카로운 경계의 빛이 어렸다. 그때였다. 녀석이 앞발을 들어 제 아랫배로 다가가는 내 손등을 사납게 할퀴었다. 싸한 통증이 스쳐 지나갔다. 놀란 김에 녀석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쳤더니 녀석은 아웅 하고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고는 평상 밑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담장으로 뛰어올라 어디론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