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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6972769
· 쪽수 : 278쪽
· 출판일 : 2022-10-26
책 소개
목차
서문_구름을 그립니다
1장
소리풍경·10 무심한 듯 유심한·13
우는 들판(My Sorrow Field)·17 얼굴·21 끄트머리 어디쯤·25
산에 서다·30 태그매치(Tag match)·34 오도카니 혼자·38
2장
난 삼천배를 하지 않았다·44 어디 있니?·50
혼자 놀다·55 혼자 눕다·58 보따리와 신발·60
안방군수·64 쓸쓸한, 너무나도 쓸쓸한·69 몽유운무(夢遊雲霧)·73
3장
서일(西日)·78 내가 사랑하는 지옥·83 길 위에서·88
염천(炎天)·92 이름의 힘·96 비정상·101 9·11 타령·105
작은 행복·109
4장
아픈 말·112 절대로 보여주면 안 되는 시·114 언어유희·116
바람의 마음·119 쓸쓸한 희망·120 눈을 감으면·125
그냥, 구름·130
5장
착각의 오류·136 더 큰 옳음·141 덧정과 만정·147
작은 발걸음·153 노인이 되지 않으려는 노인·158
나의 성(性)은 어디로 갔을까?·162 경고(warning)·166
원수를 사랑하십니까?·170
6장
청춘 일지·178
탈출 일지·187
7장
왜 앞으로만 가야 하나·210 그들은 떠나지 못했지만·215
우리는 알고 있다·220 순이야, 미안해·224
가난한 예술가의 초상·229
8장
쓸쓸한 당신·236 소환(召喚)·242 셀렘민트 한 통·250
9장
나이 많은 소년 -현석 김병규 선생의 수필세계·256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에겐 광목만 있으면 된다. 수직적 구조물은 종교성 내지는 주술성을 띠게 마련이지만 광목은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다. 광목은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 들판에서 부는 바람은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바람이 불면, 광목은 실성한 여자처럼 머리카락을 풀어헤치고 울 것이다. 펄럭거리는 울음이다. 덩달아 들판도 운다. 우는 들판(The sorrow field)이다.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 말을 하지 않는 ‘무반향실 속의 부부’가 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대화가 필요하면 말을 하지 않고 이메일로 한단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흘려버린 이야기가 내 일상이 되고 있다. 난 어쩜 내가 소리를 내지 않으니, 그도 소리를 내지 말라고 암묵적인 압박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소리를 죽이는 나를 위해 자신의 소리도 죽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죽으러 가는 것은 내가 아니고 소리다. 난 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것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살아야 하고 소리도 살려야 한다. ‘소리를 죽이러 가는 곳’은 ‘살기 위해 가는 곳’이다. 우린 아직 한편이다.
난 삼천배를 하지 않았다. 나 자신과 싸움을 한 것이다. 간절한 기원도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부처님과 맞장을 뜬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존재의 부조리와 자신에 대한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보라고! 결과에는 승복하겠다고! 그만큼 절박했다. 누구의 힘인지는 모른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시는 울지 않으리라. 어제의 내가 아니다.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