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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072307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0-07-0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빛
우리 언어가 빛이라면
1시간 완행열차
수채화
질주
언어 힐링
팔레스타인
브록구
그림자밟기
초대
초록 박공
땅굽성
2장 소리
겨울밤
봄
대화 1
대화 2
공간의 기억
회귀
세포분열
안부
적막
3장 공기
저녁
니스
미식가
불가물
웃프다
슬픈 열대
해빙
4장 축제
초가
친구
돌담
직선
축제
솥
파밀리스테르
공룡
실종
박해
5장 바닷가
코발트 폭탄
미아
항구
낮은 숨소리
풍경
상상력 1
상상력 2
기계
소유
무관심
6장 사물시
둥지
달집
애자
비닐하우스
버들
약속
전원시
재개발
3월
부석사
거울
개천
길
부활
꽃상여
공동묘지
치유
흰개
7장 순례
당신이 기뻐했던 나의 마지막 말
침감
사랑
노예선
부고 1
부고 2
거대한 겨울
첫 집
놀이터
자화상
공중제비
마실
창조자
8장 상자
꽃길
싱크대
소파
작별
단상 1
수리
단상 2
단상 3
언어의 온기
에필로그
참고 문헌
이미지 출처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 언어가 빛이라면
너의 언어는 달빛이다
달빛 용광로에 다른 언어는 녹고
새로운 언어가 태어난다
나의 언어는 바닷빛이다
언제나 뭍을 그리워하는 떠돌이 언어
달빛 그림자에 숨을 때가 많다
눈이 좀처럼 내리지 않는 곳
밀물 끝 파도 조각들이 얼어서 쌓인다
멀리서 보면 마치 눈밭 같다
사리가 지난 바다는 점점 멀어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은 밤
사금파리 눈밭을 비치는 달빛
우리는 다시 빛으로 만난다
- 1장 빛
질주
섬세한 말, 아름다운 말, 따뜻한 말
온갖 말들이 경주로에 섰다
뜨거운 모래에 편자가 녹아내린다
말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린다
높은 순위만이 돈을 낸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
화상경마장 영업이 끝나고
몰려나오는 사람들은 구별이 어렵다
잿빛투성이 얼굴, 옷차림, 그림자 들
말 없이 전철역으로 행진한다
택시 운전사가 행운의 말을 잡은
손님을 태우고 유흥가로 질주한다
- 1장 빛
대화 1
농기계에게 소음장치는 사치품이다
농약을 치는 아빠에게 마스크와 보호복이
필요 없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농약통을 짐칸에 실은 경운기에 있던 나는
논에서 아빠가 손을 올리고 주먹을 쥐자
클러치 레버를 잡아당겼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조금씩 경운기를 운전했다. 밭에서 경운기를 천천히 몰던 나는 짐칸에 실은 거름을 도라지창으로 흩뿌리는 아빠가 손짓하는 방향으로 조향클러치 레버를 움켜잡고 핸들을 틀었다.
무논에 들어갈 채비에 경운기 타이어 바퀴를 쇠바퀴로 바꾸려고 너트를 풀고 잠그며 와셔가 풀밭에 숨바꼭질하지 못하게 챙기느라 바쁜 나에게 아빠는 이런저런 국내외 정세를 들려주었다. 아지랑이 피는 들에 경운기 시동이 다시 걸리면 우리는 몸짓과 눈빛으로 언어를 바꾸고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 2장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