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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연극 > 한국희곡
· ISBN : 9791197089329
· 쪽수 : 80쪽
· 출판일 : 2020-09-2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줄리에게 박수를
편집자의 글
공연연보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제 길을 지나던 중이었소. 길가 담벼락 너머로 막 피어나던 목련꽃이 내게 말을 걸었소. 아프지 마라, 아프지 마라. 내가 아팠던 건지 아닌 건지는 모르오. 다만 목련이 날 보고 그렇게 말했다는 것뿐. 햇살에 눈을 찌푸린 내가 찌푸린 얼굴로 목련을 올려다보았을 때-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목련은 막 꽃봉오리를 밀어내고 있는 중이었소. 세상에 이 세상에 꽃을 피워내려 안간힘을 쓰는 목련보다 더 아픈 것이 어디 있단 말이요. 근데 날더러는 아프지 말라 하더이다. 자기가 더 아프면서. 목련이 내게 주는 게 그게 무엇이요. 그 아픈 목련이 내게 하는 걱정의 말이 그게 도대체 무엇이건데 내 마음이 이렇게 따뜻해지더냔 말이오. 오, 오필리어 숲의 여신이여. 아프지 말아요. 아프지 말아요. 아프지 말아요…
나는 항상 내가 어중간하다고 생각했어요. 어중간한 거. 어중간한 얼굴, 어중간한 몸, 학교 때는 어중간한 성적에 연기는 또 어중간한 연기. 의식주도 그저 중간은 가는 중산층. (사이) 거기다가… 사랑마저도 그냥 어중간하면 나 너무 비참하지 않아요?
저는 오늘부터 세상의 모든 어중간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낼 겁니다. 이름 없는 꽃은 정말 이름 없는 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직 그 이름을 찾아내지 못했을 뿐, 그 꽃들도 분명 향기를 뿜고 벌 나비를 유혹했을 테니까요. 아직 제 이름을 찾지 못한 모든 꽃들의 향기가 오늘 하루 종일 코끝을 찔러댔습니다. 향기에 취해 제일 먼저- 제가 있는 자리가 어디 인지 확인해주고 있는 이 줄리에게… 줄리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