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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7103834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3-11-03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쿠션이 없어서 뛰거나 오래 신고 있으면 아파요. 벗겨지지 말라고 발등을 덮고 있는 형광 빛이 맴도는 연두색의 네모난 플라스틱과 합성으로 만들어진 고무 조각은 상당히 빳빳하고 딱딱해서 방심하다간 피부 껍질이 사정없이 벗겨져버리는 상처가 생기기 쉽고요. 그런 이유로 닿는 부위를 조금씩 조정해가며 살살 달래주듯이 신고 다녀야 하는데, 그러면 의외로 밑창이 아스팔트나 보도블록 같은 바닥에 닿을 적마다 꽤 들을 만한 소리를 내기도 하거든요. 단둘이서 뭔가 오랫동안 수다를 떨고 싶어질 만큼. 이를테면 둘만이 공유하고 있는 어떤 비밀 같은 것들에 관해서요.
의외로 오래 걸리진 않았어요. 종류만 해도 만 가지가 훌쩍 넘는다는데 그중에 대체 어떻게 직업을 고른담, 하는 식으로 접근하니까 도저히 답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밖에서 찾아보는 걸 멈추고 대신 내 자신을 꼼꼼히 들여다보기로 했어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살면서 내 속에 어떤 것들이 들어와 있나, 하고서. 음악과 관련된 것들을 하나둘씩 밖으로 들어내고 나니까 안쪽에 남아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어요. 빛바랜 구석 하나 없는 오래된 사진이 구김이나 찢어진 부분 없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놓여있는 게 보였고 그쪽으로 깊숙하게 손을 집어넣어 그걸 붙잡았어요.
화장실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다녀올게요.
금방 내가 말한 게 아니라 얘가 말한 거예요. 내 손바닥 위에 올라와 있는 아주 조그만 아이.
알아요.
어서 갔다 와요. 다르죠? 방금 이게 내가 말한 거예요.
그것도 알고 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