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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7256585
· 쪽수 : 509쪽
· 출판일 : 2023-10-15
책 소개
목차
005 최해영 _ 한소연의 여름
008 정선교 _ 사춘기
033 이미담 _ 길고양이 / 재회
082 박신명 _ 창희
110 박서영 _ 거미집(중편)
162 이길순 _ 졸혼에 대하여
180 김은주 _ 드림 앤 리얼리티 러브
208 이송연 _ 순임 할머니의 인생 / 에덴의 여자
244 전정희 _ 단 한나뿐인 내 인생 / 거짓과 신뢰
284 장진원 _ 악연 / 新 文學時代
310 박청용 _ 범의 고향 / 두물머리 느티나무
350 최동수 _ 신물나는 사랑 / 돌고 돌아
동화
386 이영균 _ 푸른 강변마을의 느티나무
490 박신명 _ 내 친구 얼룩 고양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녀는 공을 들이려면 양초 한 갑 살 돈을 달라고 했다. 양초값을 받아간 후 공들이러 다니는 여자는 연순의 집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러더니 한 달쯤 지나 공을 들이러 다닌 여자가 동생 삼은 여자라고 소개하며 교회 다닌 여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연순은 그들을 만나면서 바깥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교회 다닌 여자의 남편은 용달차를 모는 운전사였다. 셋은 교회 다닌 여자의 남편이 운전한 용달차를 타고 야외로 나갔다.
공을 들이러 다닌 여자가 하루는 연순에게 연꽃 모양의 초를 보이며 용왕 공을 들이러 가자고 했다. 연순은 몸이 이 모양인데, 왜 가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물 위에다 연꽃 모양의 촛불을 켜면 얼마나 예쁜데요. 보여드릴 게 갑시다.”
공을 들이러 다니는 여자는 몸짓으로 불꽃을 재현했다.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자 연순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귀머거리 벙어리로 그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전혀 끝을 알 수 없는 어둡고 긴 터널을 헤쳐 나오기 위해 몸부림쳤다. 절박한 처참하게 일그러진 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느낀 감정은 절망 그 이상이었다.
대학교 3학년 스물두 살에 임신으로 인해 시집에 들어올 때 집은 거의 판잣집에 가까운 전셋집에 젊은 시부모와 7남매의 시동생들이 있었다. 시아버지는 막 시골에서 이사와 직업이 없이 노동 일을 다녔다. 시동생들은 고등학교와 중학교 다녔고, 여섯째와 막내 시동생은 미취학 어려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나는 스무 세 살에 큰딸을 낳고 말았다.
산모 조리 없이 이튿날부터 손을 물을 넣고 혼자 아기의 목욕시키며 울기도 했다. 거기다 손빨래를 해야해야 했다. 산모 조리라는 걸 잘 알지도 못한 어린 나이에 새벽부터 일어나 열명의 대식구 아침을 지어 도시락을 싸대고 해대야 했다. 또한, 살림이 넉넉하지 못해 어린 딸을 등에 업고 시장에 가서 버려진 채소를 주워 반찬을 만들곤 했었다. 그런 시집살이에도 시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들 하고 있었다.
내가 서른 중반이었다. 중학생인 딸 둘과 초등학생 아들이 있었다. 남편이 외무부 공무원으로 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남편은 퇴직금조차 시어머니에게 받치고 있어도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당연히 살림 관리권자인 시어머니에게 당연히 주어야 한다고 생각 했었다.
유난히도 일이 많은 날이었다. 온종일 이 동네 저 동네를 돌며 고장 난 컴퓨터를 수리하거나 오류를 일으킨 프로그램을 재설치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PC를 치료하였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집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양쪽 어깨에 매달리며 왜 이렇게 늦었느냐고 성화를 부리더니 이내 땀 냄새가 지독하다며 도망을 친다. 아내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밥상을 차린다. 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나서자마자 전화벨이 또 울렸다. 급히 컴퓨터를 써야 한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출장 수리를 요청하는 고객의 전화였다. 아내가 차려놓은 밥상을 애써 외면하고 부리나케 작업 가방을 챙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