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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국내 여행에세이
· ISBN : 9791197381904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05
01 하늘 세 평 땅 세 평 - 승부역 008
02 삼 형제 섬마을을 달린다 - 신도 시도 모도 032
03 쉬이 알리고 싶지 않은 곳 - 비천 그리고 달방마을 056
04 대청호 500리길 한 자락 그리고 금강 젖줄 080
05 더는 숨지 못하는 곳 - 심곡항 104
06 툭 떨어진 골지천을 따라 더 외진 곳을 향하다 - 구미정 130
07 가장 분주해진 변경 - 제주도 154
08 파로호 산소 100리길 - 화천 184
09 내밀히 간직하고 싶은 비경 - 덕풍계곡 208
10 핀란디아의 감성, 그 잔향을 담다 - 충주호 226
11 구불구불 아름다운 순례길 - 섬진강 250
생각과 글이 이어진 책들 314
에필로그 31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문득, 창밖을 내다보다 잊고 있던 감각이 툭 터져 나왔다.
그게 시작이었다.
아득한 자전거 타기의 기억을 소환해 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작은 풀벌레 소리 들만이 허용되는 곳, 차별적으로 일상의 소음이 부재하는 그곳으로 떠나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돋아난 것이.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 더딘 그곳에서, 하나의 문이 열리며 그동안 어수선했던 자아가 제자리를 찾아 정좌하고, 고요함 속에 평안함을 얻는 기쁨을 갈망한 것이.
자전거를 즐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터이다.
고속으로 질주하는 쾌감, 가파른 언덕을 오르며 정복해 가는 다소 가학적인 성취감,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을 가슴 졸이며 달리는 전율 혹은 200km가 넘는 장거리를 완주하는 만족감 등 개인마다 선호하는 충족유형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홀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갇혀있던 자아를 폭발시키는 것이며, 부여 잡힌 손목으로 허옇게 변해버린 손바닥처럼 꽉 막혀 있던 상상의 혈관에 비로소 혈류를 흐르게 하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이곳, 저곳에서 어디 묵혀있었는지 알지도 못했던 생각의 씨앗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나타나고, 그 광휘가 너무 찬란하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며 끊임없이 솟구쳐 이어짐에 어리둥절해 하기도 하는 즐거움을 선사 받으며 흘러가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느긋한 자전거 타기를 마칠 때면 폐포 깊숙이 박혀 있던 찌꺼기들은 걸러져 배설되고, 등을 꼿꼿이 해주는 부상浮上의 자루가 어느덧 차 있는 것이다.
소박한 딜레탕트로서의 라이더이므로, 유유히 자연을 둘러보는 것을 즐김의 등줄기로 여기고 있어, 새벽 종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변방백 리 길의 효曉종鐘순례 이야기를 감사함으로 나누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