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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413001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1-04-0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뜻대로 되는 것은 없을지라도
1부. 계획하지 않는 삶
퇴사의 계기
그래서 계획이 뭔데?
직장인에서 프리랜서가 된다는 것
오! 나의 발레
미스 개복치
가족 오락관
2부. 불안하지만 불안에 지지 않는 삶
내 것이 아니오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
‘을’이 아닌 ‘나’라는 자세
엄마는 나를 부러워한다
내가 비만이라니
뽑지 못하는 사랑니
퇴사하고 알게 된 사실들
3부. 길을 잃어야만 닿을 수 있는 삶
망원동 노란집 이야기 1
길 잃은 나침반
망원동 노란집 이야기 2
생각의 씨앗
나라는 회사, 나라는 사장, 나라는 직원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될 수 있을까
한 가지만 꼽으라면
4부. 더불어 담을 넘는 삶
라동 이야기
우리에게는 친구도 전우도 필요하다
담을 넘는 법을 가르쳐준 아이
할아버지 선물 리스트
아무나 말고 아무 ‘나’
인생 마라톤 대회
에필로그_누군가에겐 이상한 언니였다
후기_“어려서 그렇습니다”라고 외치기에 늦은 나이란 없으니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퇴사의 계기는 내가 상상하지 못한 순간에 다가왔다. 잠시 휴직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간 마음만 먹고 실천하지 못했던 소소한 일들을 했다. 소홀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가슴속에만 품고 있던 것을 배우고, 나만의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밤을 지새우며 보냈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 뛰는 것이 느껴졌다. 스무 살 즈음 시도 때도 없이 느꼈던 ‘뭘 잘 모르는, 나이 어린, 철부지의 감정’이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 고이 보관해두고 있던, 철없다고 치부하던 그 마음들.
모험심과 호기심을 마음 깊숙이 꾹꾹 숨겨둔 나는 마치 ‘어른’이 되어가는 듯했다. 무수한 질문 대신 조용히 귀 기울이고, 말과 행동에 앞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사고도 안 치고 맡은 일들을 척척 해내는 지금의 나는, 오랫동안 상상해왔던 어른의 모습에 근접해 있었다. 그러나 나는 마치 아빠의 커다란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불편한 마음을 견디고 있었다. 목마름이 깊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동안 잊고 지내던 나의 원래 모습이 기억났다. 나는 대책 없어도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철부지겠지만, 나는 꿈꾸듯 열정적인 내 자신을 사랑했다. 불나방마냥 자신이 선망하는 그 무엇을 향해 서슴없이 날아가는 치기 어린 나 스스로가 좋았다.
나는 초점 잃은 눈빛으로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어른이 될 바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꼬꼬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_퇴사의 계기
모두 프리랜서의 삶을 꿈꾼다. 월요병 없는 일주일의 시작, 부장님 눈치 보지 않는 자유로운 외근, 맘만 먹으면 몇 달씩 다녀올 수도 있는 휴가. 나 역시 그런 ‘프리’한 삶을 그렸다. 하지만 프리랜서의 삶은 핑크빛 로망과는 거리가 있었다. 가시밭길까지는 아니어도, 얇디얇은 외투 하나에 의지한 겨울 길 산책과 비슷하다.
_직장인에서 프리랜서가 된다는 것
고통은 세 번째 수업에서도 이어진다. 이제는 까치발, 한쪽 다리로 중심을 잡으라고 했다. 팔 동작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이제 겨우 팔뚝이 덜 아프기 시작했는데, 시선 처리에 다리 동작까지 동시에 하라고 한다. 발레가 언제쯤 익숙해질까 생각하며 터덜터덜 탈의실에 들어가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그날처럼 붙잡고 속사포로 이야기한다.
“영지씨, 거 봐요. 이제 젓가락질하는 것처럼 편하죠?”
선생님의 반짝반짝 두 눈망울은 나의 긍정적인 답변을 갈구하는 듯했다. 입은 웃고 있지 않았지만 두 눈은 웃고 있었다. 뭐지 나 약 올리는 건가. 선생님의 젓가락질은 무언가 다른 건가. 순간 내 미간이 일그러진 것을 보았는지 대답도 하기 전에 선생님이 먼저 말을 이어간다.
“처음에는 서 있는 것도 힘들어했잖아요. 이제는 서 있는 것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쉽지 않아요?”
두둥~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선생님 말이 백번 맞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 있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저 그다음 난이도의 동작을 하느라 몰랐던 것뿐이다. 발레 젓가락질은 조금씩 늘고 있었다.
_오! 나의 발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