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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97469404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1-10-0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신라의 피리 소리 / 별이 된 나비 / 엄마의 강물 / 액막이 연 / 선 / 허물어진 벽 / 진달래 꽃술 싸움 / 토끼 사냥 / 첫눈 내리는 날 / 꿈의 세상 / 산마을을 지킨 꼬마 탐정 / 할아버지의 수수께끼 / 마지막 토종약밤나무
작가 연보
저자소개
책속에서
흔들리는 꽃잎 속에서 떠돌이 벌은 살며시 눈을 떴습니다. 사방이 캄캄했습니다.
‘이상하다. 누가 이렇게 포근한 이불을 덮어주었을까?’
떠돌이 벌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었습니다. 이불은 나비의 날개였습니다. 나비는 이미 차갑게 죽어 있었습니다. 죽은 나비를 보니 가슴이 찡하게 울려 왔습니다.
‘난 배고픈 나비를 쫓아냈는데, 나비는 나를 살리고 죽었구나.’
이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핑 눈물이 돌았습니다.
“민들레꽃님, 어떻게 해야 나비의 은혜를 갚을 수 있을까요?”
“너도 다른 친구의 가슴에 반짝이는 별이 되렴.”
“그게 무슨 말이지요?”
“너도 나비처럼 남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렴. 그러면 너도 그 친구의 가슴에 영원히 반짝이는 별이 될 테니까.”
“나도 누군가의 가슴에 영원히 반짝이는 별이 될래요.”
“그래. 그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아름다움이란다.”
- ‘별이 된 나비’ 중에서
‘내가 진달래꽃을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알고 보낸 걸까?’
나는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고 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가 밤중에 진달래꽃을 배달할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 아니면 친구?’
나는 풀지 못한 수수께끼로 또다시 끙끙거렸습니다. 내가 아파서 결석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가족뿐입니다. 어쩐지 선생님이나 친구들은 아닐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가족뿐입니다.
‘아! 그래. 아빠라면 혹시 모르겠군.’
나는 속으로 빙그레 웃으며 아빠의 하루를 상상으로 그려보았습니다. 아빠는 대구에서 멀지 않은 성주군청에 근무하십니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꽃들이 출근하는 아빠에게 손을 흔들어 줍니다. 아빠는 아파 누워있는 내게 진달래꽃을 꺾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퇴근할 때 탐스런 꽃을 꺾어 대문에 놓습니다. 날이 밝으면 아빠는 시침을 뚝 떼고 내게 진달래꽃이 대문에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진달래꽃을 좋아하는 내 호기심으로 기분을 바꿔보려는 뜻입니다.
가슴에 안은 진달래 꽃향기로 나는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새벽 맑은 공기도 내 기분을 들뜨게 합니다. 너무너무 기분이 좋아 아픈 줄 모릅니다. 활짝 웃는 내게서 아픈 기색이 사라집니다. 나는 어느새 아빠의 뜻대로 되어갑니다. 나는 이런 상상의 날개를 접으며 아빠를 마주보았습니다.
“아빠, 누가 진달래꽃을 갖다 놓는지 이제 알았어요.”
“누군데?”
“바로 아빠요.”
“뭐? 나라고?”
아빠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습니다.
- ‘진달래 꽃술 싸움’ 중에서
나는 날마다 헛걸음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꿈은 품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라는 아빠의 말에 용기를 얻어 더 열심히 찾아갔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아카시아 꽃망울도 제법 굵어졌습니다. 남은 날은 이제 삼 일뿐이었습니다. 어쩐지 축제 전에 올 것만 같아 더 열심히 다녔습니다. 마침내 아카시아 꽃향기가 너럭바위 주위를 채웠습니다. 그러자 너럭바위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내일이 마지막 축제라 사람들로 붐빌 텐데 온다고 해도 어떻게 찾지?’
나는 나름대로 이런 생각을 하며 너럭바위를 보았습니다. 아카시아 향기는 벌과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몇 사람이 너럭바위에서 기우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중 할머니 한 분이 너럭바위에서 빨래터를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모두 찬란한 해넘이를 보는데 왜 저 할머니는 빨래터만 보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살폈습니다. 마음으로는 당장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엊그제처럼 또 창피 당할까 봐 머뭇거렸습니다. 어쩐지 손수건 주인일 것 같은 예감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수수께끼를 풀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다가갔습니다.
“저 할머니…….”
- ‘할아버지의 수수께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