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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7475849
· 쪽수 : 245쪽
· 출판일 : 2021-11-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4
부를 수 없었던 이름_이수아_12
여름이 지나가면_이강학_38
대수로운 셀피 인생_이준우_56
신호_이현미_82
취급주의: 가벼움_서민재_108
은미 씨의 여행_장휘연_126
도대체 언제까지_여은채_148
사라진 페이지_주조디_176
조르바의 택시_권혁인_192
나의 기묘한 세탁소_아힌_224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보육원 원장은 창석에게로 걸어와 한 톤 높여 입을 열었다.
“군대부터 다녀오는 게 어떻겠니? 미리 다녀오는 것도 괜찮지. 퇴소 후에는 생일도 지나있을 테니 가능할 거다.”
“네. 생각해 볼게요.”
순간 창석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건 엄마였다. 미혼모인 엄마는 창석을 낳자마자 보육원으로 보냈다. 힘들 때면 찾아오는 엄마 생각은 종종 허상으로 이어졌다. 자신과 닮았을 얼굴과 포근한 품, 다정한 말투 그리고 사랑이 담긴 눈동자를 지닌 여인을 빚으며 착각이라는 나무에 기대 마주하기 싫은 현실에서 멀어져갔다. 현실과 착각을 오가며 줄타기하다 자각하고 나서야 온몸을 떨곤 했다. 소복한 눈처럼 쌓인 외로움은 연민으로 스며들고 엄마를 향한 갈망은 그림자가 되어 창석을 따라다녔다. 그리움이 차오르면 눈동자에 담긴 슬픔을 들키지 않으려 주먹을 굳게 쥐었다.
-<부를 수 없었던 이름>
이월 생인 영석이는 세 살이 되어도 말을 못 했다. 동년배보다 생일이 빠른데도 그 흔한 엄마, 아빠도 하질 못했다. 이미 아이 둘을 키운 터라 크게 걱정하진 않았지만,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었다. 그건 이름을 불러도 쳐다보지 않고 아는 체를 안 하는 것이었다. 말은 느려도 지 이름은 알아들어야지. 처음에는 귀가 안 들리나 싶었는데 라디오나 장난감에서 노래가 나오면 얼굴을 돌리고 만지작거리는 걸 보니 그건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마음이 쓰였다. 네 살이 되어도 말을 하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아직 어리니 더 기다리면 된다고, 아이마다 차이가 있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 한다. 둘째도 말이 늦게 뜨이긴 했지만 이렇게 늦지 않았는데 위로 아이 둘을 키운 것이 오히려 조급하게 만들었다. 영석이는 다섯 살이 되어도 말을 하지 못했다.
-<여름이 지나가면>
인스타 알림이 울린다. 오늘따라 유난히 반가웠다. 우울했던 기억들은 사라지고 내 눈앞엔 인스타 알림 메시지가 보였다. 급한 마음에 메시지를 강하게 눌렀다. 글라스 등 아래에서 피가 맺힌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썰고 있는 사진이었다. 샤도네이 와인과 흔들거리는 주황빛 양초는 분위기에 강한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양초를 조명 삼아 나의 얼굴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눈망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눈웃음을 짓고 있다. 한껏 올라간 입꼬리는 귀에 걸릴 것만 같았다.
-<대수로운 셀피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