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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7808746
· 쪽수 : 259쪽
· 출판일 : 2022-07-0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이은정
마케터 고씨_서민재
라탄 바구니_주조디
아빠는 바담풍_이승환
제자리_최종헌
바이올린 튜닝_윤소희
정직한 소설_권혁인
<No.1>_테LEE
스물셋, 그해 우리는_이수아
저자소개
책속에서
흰 고양이가 높은 테이블에 사람처럼 앉아 있다. 뒷발 하나가 허공에 떠 있다. 앞발로는 쉼 없이 무언가를 쓰고 있다. 자기가 집필한 책에 직접 사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인 옆에는 자신의 손도장도 잊지 않는다. 검정 스탬프 패드에 앞발을 쿡쿡 찍어 그 형상을 책의 첫 장에 남긴다. 제목은 ‘저는 편의점 앞 고양이입니다’. 제목을 잘 뽑았다는 생각과 함께 줄을 선 인파가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는 고양이도 있고 사람도 있다. 그리고 나도 있다. 다희도 있다. 사인을 받은 나는 녀석의 뭉툭한 손을 잡고 악수를 한다. 나는 한 번 더 녀석에게 패배감을 느낀다.
<마케터 고씨> 중에서
책상 한쪽에 놓인 자퇴 동의서가 보였다. 지수는 그날 내가 있는 힘껏 짓이겨버린 종이를 정성스럽게 펴서 그 위에 사인했다. 문득 나는, 나 스스로 바깥과 안의 경계를 끊어내려 시도한 적이 있던가 떠올려 보았다.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것도 다 지나갈 일’이라며 진실을 외면하는 쪽을 택한 나의 시간들은, 그야말로 다 지나가 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지나가는 동안 내가 정말 무기력했다는 것도. 어쩌면 그렇게 흩어지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했는지 모른다.
<라탄 바구니> 중에서
입원은 고등학교 때 맹장 수술한 뒤로 처음이었다. 병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오후 햇살에 눈이 부셨다. 봉태는 고개를 틀어 실내를 둘러보았다. 온통 팔이나 다리에 깁스하고 있는 환자들뿐이었다. 맞은편 병상에는 팔에 깁스한 젊은 환자가 있고 그 곁에는 단발머리 여성이 앉아 있었다. 환자와 마주 보고 도란도란 얘기하는 모습이 슬쩍 보기에도 사이가 좋아 보였다.
<아빠는 바담풍>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