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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7643040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2-03-31
책 소개
목차
<1부>
선물·15
구름 엄마·16
거짓말 속으로 뛰어든 빗방울·18
높이 날아가는 비상구·20
활자중독·22
블랙아이스·24
유부·26
우리는 우리(籬)를 구성한다·28
덮어놓고 웃었다·30
친밀한 타인·31
유리의 시간·32
COVID -19·34
미로 제작자·37
초과하는 오렌지·40
스노우 볼·42
겹겹·44
실시간·46
걷는 사람·48
훌라후프·50
칠판·52
서른아홉·53
이월·54
알람을 꺼줄래·56
비밀의 방·58
미술교실·60
엄마가 사라졌다·62
잊혀진 고슴도치·64
<2부>
한 방울의 까마귀·69
불필요한 침묵·70
예의·72
탈락되는 계절·74
톡톡·76
원형극장·78
우리는 점점 모르는 사이가 되어간다·80
그곳이 열리자·82
고장 난 해변·84
방어의 기술·86
캐리어 사용법·88
윤곽·90
식물공장·92
젤과 텔·94
발칵·96
진료실·98
흐린 날·100
명화의 탄생·101
환절기·102
풍경을 깁습니다·104
스텝·106
소문·108
마침표들이 내린다·110
복식조·112
화상회의·113
도약·114
해설 | 남승원(문학평론가)
“겹의 눈을 가진 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불필요한 침묵
채수옥 시인
입 안 가득 물고 있는 물고기를 토해내 봐 어떤 증상처럼 파닥거리는 실마리가 잡히겠지 물고 있던 침묵에 비늘이 돋아 날거야
침묵이 금이 되는 걸 본적 있니
우두커니 서서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뭉텅뭉텅 하얀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목련나무를 봐 온 우주를 돌아와 기어코 하고 싶었던, 끝내 해야만 했던 말
묵묵부답은
바위의 구조일 뿐
꽁꽁 묶여 감금당한 그날의 시간들에 대해 얘기해 봐 물속에서 마른 뼈들이 풀어지는 미역처럼 산란하는 햇빛처럼 바위를 열고 침묵을 꺼내봐
잠복해 있던
어둠이 쏟아져 나올거야
강요당한 별빛과 달빛 사이에서 여자들의 입술이 뭉개지고 찢어지고 있어, 초고처럼 어설픈 입장으로 울음을 삼키겠지
입속에 백만 마리의 물고기를 물고
돌이 되어라
불필요한 주문을 외우겠지
그곳이 열리자
채수옥 시인
한꺼번에 쏟아졌다
들끓고 있는 사람들이, 비명횡사한 언어들이 쏟아져 내렸다 니코틴이 묻어 있는 입술을 지우며 바람은 절벽 아래로
사라졌다
신발이 사라지고 술래가 사라지고 엉겅퀴 숲이 사라졌다. 일요일이 사라지고 불면에 시달리던 창문들이 맨 앞에서
울기 시작했다
산책하던 개가 울고, 한 순간 잃어버린 이름들이 울기시작하자 무명의 꽃들이 일제히 따라 울었다 비틀린 계단 위로 잘린 발목들이 굴러 떨어지고, 아침은 영원히 오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웃었다
어처구니없는 결말에 대해, 주어가 사라진 화장터의 불꽃들이 미친 듯이 웃었다 하늘이 웃고 땅이 웃고 목젖이 찢어지도록 웃었다 구경꾼처럼 펄럭이던 까마귀들이 웃자
이곳이 닫히기 시작했다
멍든 자욱이 스르르 닫히고 흰 나비의 날개가 닫힌다 축축한 이마를 쓸어 올리자 파란 피의 문장들이 피어오르고,
밤은 입을 다물었다
덮어놓고 웃었다
채수옥 시인
보도블록으로 덮인 길의 중간이 끊겼다 공사 하다 남은 것들을 검은색 천막으로 덮어 놓고 통행금지 푯말을 세워 놓았다 무엇이 덮여 있는지 모른 채 덮어 놓고 돌아갔다 덮어 놓고 길을 걷고 덮어 놓고 밥을 먹었다 덮어 놓고 오열하고 덮어놓고 섹스를 했다 너는 그것을 덮어 놓고 믿었다 물어볼 용기가 없을 때 덮기로 했다 덮어 놓고 관광버스에 올라 덮인 사람들과 관광을 떠났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먼저 덮었다 시간은 덮어놓고 흘러가고 나는 덮어놓고 다음문장으로 넘어갔다 덮어놓고 저녁이 왔고 우리는 덮어놓고 이별을 했다 덮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을 때 덮어야 하는 것들은 더 많이 생겨났다 보도블록을 덮었던 검은 천막은 공중에서부터 땅까지 그 너머의 것들을 덮고 있었다 검은 천막은 점점 크고 넓게 퍼져나갔다 우리는 더 멀리 돌아가야 했다 검은색 우산들로 상체를 가린 사람들이 앞장서서 걸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