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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7691461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2-10-01
책 소개
목차
제1부
갈치 호박국에 어리는 두 남자 12
죽은 새끼를 물고 13
모든 그림자에는 상처가 살고 있다 14
월곶 포구16
조짐 18
거미의 집19
서귀포 마가렛성城에서 20
미세 먼지 22
지렁이와 호미 23
신新 제망매가 24
아버지의 엽서 25
은행잎 나비 26
갈대의 변주 27
감자를 심다 28
정월 대보름달 홍수 29
제2부
누가 숲에 자명종 시계를 걸어두었나 32
빈 섬 33
겨울 안개 34
망개떡 36
백수白壽를 앞두시고 37
실뜨기 놀이 38
너를 앓다 39
가뭄 40
피아니스트와 무릎의 인과율 41
뻐꾸기가 우는 시절 42
콩꽃이 필 때면 44
통영 가는 길 45
아프로디테 - 섭지코지 46
영암 무화과 48
백일몽 49
장미 50
해바라기의 사랑 51
제3부
바람의 유희 54
남북 55
우리는 다른 별로 가야 하나 56
타란툴라 거미58
풀꽃 책갈피 60
처음 그 분을 만난 날처럼 61
잊지 말라고 62
하와이안 커피 63
산책길을 복사하는 늦가을 64
무의도 66
장마 68
가시꽃 70
끝물 포도송이 71
사마귀 72
강이 울고 있다 74
베이비 박스 왜가리 75
제4부
달팽이 78
후각은 기억의 끈을 잡아 당기고 79
속잎도 피어 80
오독誤讀 81
중세 놀이에 빠지다 82
배꼽을 훔치다 84
고양이 발자국 85
치마 속에 숨은 봄바람 86
혼돈 88
붉음에 관하여 90
땅따먹기 놀이 91
호숫가에서 - 유나 가족의 이야기 92
그녀와 나의 크레바스 93
산수유꽃 필 무렵 94
폭염 95
해설
기억의 최면술사가 퍼 올린 감동의 시편들 / 오봉옥 98
저자소개
책속에서
갈치 호박국에 어리는 두 남자
첫사랑을 만나러 통영에 간 백석이
객주집에서 홀로 떠먹었을 갈치호박국
나락 탈곡하는 날 마람 엮는 날
엄마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갈치호박국을 끓였다
비릿한 갈치와 호박의 들큰한 맛이
조화를 부려 논 두레상에서
가시를 발라주던 엄마의 분주한 손끝
잊고 살아온 갈치호박국 위로
고향집 대추나무 아래 덕석이 펼쳐진다
그립단 말도 희미한 이제
그리운 이름마저 듬성듬성
호박국에 갈치 토막처럼 떠돈다
입의 기억은 세월과 반비례인가
모든 그림자에는 상처가 살고 있다
산책길에 줄지어 선 그림자
나무의 그림자를 관통해 제트기처럼
빠르게 지나간 고양이
나무는 옹이를 더 깊이 숨겼다
물리고 물려 곪은 데가 진득한 고양이도
호피 무늬 털만 보여줄 뿐이다
아픔은 아픔끼리 통하는지
바위는 어둠 속으로 깊어진 상처를
가끔 몸을 뒤틀며 보여주기도 했다
저 수억만 년 물의 역사로
석탑을 쌓은 주상절리의 조화도
물의 상처가 만들어 낸 비경이다
햇볕이나 달빛에 상처를 말리다가
밤이면 별의 그림자를 피워내기도 한
크고 작은 상처의 꽃들
꽃은 꽃끼리 부둥켜안기도 한다
꽃은 꽃끼리 밀어내기도 하다가
딱딱해진 딱지를 떼어내기도 하는데
꽃을 피우지 못한 상처는
다른 상처의 꽃을 보지 못한다
모든 그림자에는 상처가 살고 있다
죽은 새끼를 물고
지중해 안탈리아 해변
뜨거운 모래밭에서 물개 한 마리
몇 시간째 울부짖는다
목은 쉬고 눈가에 눈물이 흥건히 젖은
어미 물개 앞에는
사산한 새끼가 널브러져 있다
어미는 새끼의 몸에 자꾸 얼굴을 갖다 댄다
급기야 물에 닿으면
혹 살아나지나 않을까 하고
새끼를 물고 물가로 간다
새끼가 미동도 보이지 않자
이번엔 죽은 새끼를 모래밭에 내려놓고서
바다를 막아 선다
죽은 새끼 앞에서
어찌 할 줄 모르는 에미의 마음
뉴스에서는 자식을 죽인 비정한
젊은 여자가 얼굴을 가리고 차에서 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