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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864339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22-07-3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인생 이모작 길목에서 _ 4
제1부 _ 은어잡이 추억
쑥떡 _ 16
어머니의 봉지 _ 20
아버지와 5·18 _ 24
슬픔이 저려 왔던 날 _ 28
그리운 할머니에게 _ 31
손목시계 _ 34
아내에게 _ 38
딸에게 _ 42
은어잡이 추억 _ 46
가을 운동회 _ 50
한여름 밤의 추억 _ 53
올벼 쌀 _ 56
내 어릴 적 꿈 _ 59
인연과 세월 _ 65
제2부 _ 활쏘기
70 _ 건강 관리
74 _ 걷기 운동
77 _ 단소 소리
82 _ 내가 좋아하는 커피
85 _ 수영장 텃세
89 _ 새벽반 사람들
93 _ 책 욕심
96 _ 활쏘기
100 _ 보드카 칵테일
104 _ 김치찌개
108 _ 파마머리
112 _ 영어 공부
제3부 _ 봄꽃처럼
미세 먼지 없는 날 _ 119
초봄 산행 _ 124
젊음 _ 127
봄을 기다리며 _ 130
백양 계곡 _ 133
일상의 소중함 _ 137
봄의 전령사 _ 140
왜 사는가 _ 144
봄꽃처럼 _ 148
만남 _ 152
어른다운 어른 _ 156
제4부 _ 고마운 사람들
161 _ 파란 눈 친구
166 _ 고마운 사람들
171 _ 전짓불
175 _ 국법
180 _ 자랑스러운 친구
184 _ 반팔 셔츠 사나이
188 _ 우리글 바로 쓰기
191 _ 일상의 글쓰기
195 _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200 _ 글쓰기 매력
제5부 _ 학교혁신 이야기
역지사지 _ 205
염치 교육 _ 210
스마트폰에 멍들어 가는 청소년 _ 214
학교혁신 이야기_ 219
학교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 _ 227
공부란 무엇인가 _ 232
시범 무지개 학교(혁신학교) 운영을 시작하며 _ 236
덴마크 행복 교육 _ 239
생애 단계별 연수 _ 249
수능 답안지 _ 252
학교 청소 문제 _ 256
풋내기 장학사 신고식 _ 261
나를 비운 그 자리에 아이들을 _ 268
오프라 윈프리와 세스 고딘 _ 275
제6부 _ 무임승차
284 _ 치앙마이 겨울 여행
290 _ 무임승차
294 _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
300 _ 동요 작가 목일신
303 _ 새로운 도전
308 _ 서울역 이야기
312 _ 토지 공개념
316 _ 엔포 세대
320 _ 돈의 철학
324 _ 재벌 후손 갑질
327 _ 성형 왕국
330 _ 남성과 눈물
333 _ 미투 운동
336 _ 목숨을 건 약속
저자소개
책속에서
김치찌개
나는 요리를 좋아한다. 예전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에 자취한 적도 없다. 할머니는 내가 장남이라고 어릴 적에 부엌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다. 아내와 둘이 살면서 설거지도 해 본 적이 없다. 승진해서 관사 생활하면서부터 음식 만들기에 관심을 두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에 글짓기 교육을 따로 받지 않았다. 백일장에 나간 기억도 없다. 학교 다니면서 과제로 해 보았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쓰지는 않았다. 최근에 ‘일상의 글쓰기 반’에 들어와서 일주일에 한 편씩 쓴다.
가끔 김치찌개를 만들려고 번거롭게 일을 벌인다. 글감을 받아서 주제를 정해 구성하는 것과 같다. 김치찌개는 쉬우면서도 은근히 어려운 요리다. 재료의 신선도와 조리 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다. 재료를 무엇부터 넣느냐에 따라서 다른 요리가 된다. 불이 세기에 따라 풍미가 다르다. 글쓰기도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쓰라고 하지만 쉽지 않다.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쉬운 글감이라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요리하면서 원하는 맛을 찾으려고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는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잡내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고기 냄새에 민감해서 조금만 이상해도 숟가락을 놓는다. 고기 손질을 잘못해서 비싼 재료를 망치기도 한다. 핏물을 충분히 닦아 주어야 한다. 다진 마늘과 후춧가루를 뿌려 버무려 준다.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넣고 달달 볶은 후 쌀뜨물을 넣기도 한다. 그래야 육질을 부드럽게 해 주고 국물 맛도 좋다. 글도 여러 번 쓰고 난 다음에야 조금씩 쉽게 풀어낼 수 있다. 쓰면서 살을 붙였다가 가지를 치는 것이 요리와 비슷하다.
묵은지는 어디에든 좋지만,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잘 어울린다. 김장철에 잘 갈무리해 둔 묵은지는 향긋한 냄새가 난다. 김치가 좋으면 찌개도 맛있다. 돼지고기는 지방량이 적은 앞다릿살이나 목살이 좋다. 기름기가 너무 적으면 깊고 맛있는 국물 맛이 나지 않는다. 덜 된 글은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주기 어렵다. 덜 익은 김치가 제맛을 못 내는 것과 같다. 잘 짜인 글은 이해하기도 쉽다.
간 맞추기는 어렵다. 짜거나 싱겁게 하지 않아야 한다. 처음 요리할 때 그 요령을 알지 못해 물과 간장을 여러 번 넣었다. 나중에 양이 많아져서 당황한 적도 있다. 두부를 넣으면 싱거워져서 다시 간간하게 해야 한다. 글은 문장이 문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써야 한다. 주어와 술어가 호응해야 한다. 군말이 있어서도 안 된다. 기계적으로 되풀이하는 말이 나오면 음식에 간이 맞지 않듯이 좋지 않다. 간 맞추기도 문장을 잘 쓰기도 어렵다.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잘할는지 모르겠다.
김치찌개를 중간 불로 끊이는 도중에 매실청을 넣으면 담백한 맛이 난다. 고기 냄새도 나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 알맞은 단어나 문장을 쓰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고기에 매실청을 버무려 간이 배게 했다. 시간이 더 걸리고 번거로워서 요리 도중에 넣었다. 요리는 마무리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개운한 맛을 내기 어렵다. 글쓰기도 퇴고가 중요하다. 퇴고가 잘된 글은 문장이 매끄럽다. 글을 잘 쓰려면 가능한 한 빨리 초고 작성을 끝내고 퇴고에 정성을 쏟는 것이 좋다. 초고를 고치면서 글에 살을 붙이고 문장을 다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초고 완성도를 높이려다 시간에 쫓겨 그대로 제출하면 엉성한 글이 되기 쉽다.
아내는 내가 만든 김치찌개가 자기가 만든 것보다 훨씬 맛있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나는 요리 횟수가 많아질수록 채워야 할 게 많다. 영양가 높고 맛이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글도 쓰면 쓸수록 어렵다. 사물을 자세히 관찰해서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어렵다. 무슨 일이든 해 보지 않고 쉽다고 할 수 없다. 나도 다른 사람 글을 읽기만 했을 때 이 정도쯤은 하는 건방진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 내게는 글쓰기가 태산 오르기다. 산언저리에서 지금도 헤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