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의 에덴 1

· 제목 : 서쪽의 에덴 1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8041715
· 쪽수 : 504쪽
· 출판일 : 2022-11-30

제1장 주이민 -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계
제2장 한준호 - 우리가 이야기 속에 있다는 증거
제3장 민이주 -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찾아온 밤처럼
제4장 주이민 - 섬에서의 평화로운 나날
제5장 한준호 - 그 사람은 조력자일까?
제6장 민이주 - 당신이 존재할 수 있는 방법
제7장 주이민 - 예술을 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자유
제8장 한준호 - 그들이 움직이는 방식
제9장 민이주 - 돌이킬 수 없는 실수
제10장 주이민 -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을까?
제11장 한준호 - 상상력으로 갈아타야 할 시간
제12장 민이주 - 아직은 나갈 때가 아냐
제13장 주이민 - 사랑이 만들어내는 것들
제14장 한준호 - 다른 존재가 되는 일의 기쁨
제15장 민이주 - 이 역할에 딱 맞는 아이
제16장 주이민 - 사랑이 무엇인지 찾을 때까지만
제17장 한준호 - 그들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제18장 민이주 - 카메라에 담긴 내용
제19장 주이민 - 어리석은 사랑 따위 하지 않아
제20장 한준호 - 나를 기다리는 곳으로 곧장 걸어간다
제21장 민이주 - 어딘가 모르게 변한 모습
제22장 주이민 - 버려야 할 조각과 새로 깎아야 할 조각
제23장 한준호 -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세계
제24장 민이주 - 하필 그 순간에 떠올린 사람

노부인이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더 얹는다. 그녀는 언제나 그런 소리 없는 웃음을 얼굴에 띄워놓고 있을 것만 같다. 상대방이 그 표정을 따라 짓거나, 혹은 내 웃음은 어떠한가 하고 자신의 표정을 점검해보게 만드는 미소다. 그리고 그러한 표정을 짓는 데 노부인으로서는 그리 큰 수고가 들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무표정’이야말로 그녀가 애써 지어야 하는 하나의 표정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그녀가 가진 열망이라는 건 어떤 직업을 갖는다든가, 무엇을 소유한다든가, 얼마를 벌어들인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아니었다. 대충 이런 것이었다. 분명한 존재가 되어 사람들 속으로 스며든다. 나의 존재에 방해되는 요소는 모두 제거한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밤이 찾아와 있는 것처럼, 그들은 나를 받아들인다.이러한 목소리가 마치 주술처럼 계속해서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므로 그녀는 도시 한복판으로 가서 사람들 틈바구니 속으로 흘러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속으로 열다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스며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