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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174116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3-02-1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6
봄
오두막 ❘미결수의 은신 11
그네 벤치 ❘몹쓸 유전자 17
다락 창가 ❘각색된 회고록 23
봄맞이 ❘쓸데없는 하루 30
이웃 ❘고독을 누릴 권리 36
새 이웃 ❘생업과 호기심 41
비누 ❘자발적 가난 47
산책로 ❘조깅과 전력질주 53
비 오는 날 ❘자본주의에 관한 고찰 59
여름
제초작업 ❘학습된 무기력 66
티피텐트 ❘Fly me to the moon 72
해바라기 ❘어릴 적 꿈 79
바비큐 파티 ❘Love affair 86
우편엽서 ❘고백 92
필름 카메라 ❘연애(상) 98
만찬 ❘연애(하) 103
래브라도 리트리버 ❘나의 개 이야기 108
엄마 ❘모성의 죽음과 신화 114
가을
가을산과 초승달 ❘영원 앓이 120
쪽지 ❘우정 서사 127
토끼풀 ❘삶이라는 형벌 133
세모 지붕 집 ❘달팽이의 부동산 철학 139
사진작가 D씨 ❘뮤즈의 강림 145
창밖 뷰view ❘작가적 관심사 151
전철과 자전거 ❘반가운 너의 도시 158
여행과 습작 ❘버스킹과 독립출판 165
디저트 카페 ❘재회 172
겨울
겨울 바다 ❘예물은 조개껍데기 179
이웃집 남자 ❘결혼 문제 185
책과 별 ❘만학도 B 씨 191
함박눈 ❘나이듦에 관하여 197
벽난로와 트리전구 ❘자연스러운 일 204
인쇄된 활자 ❘실체가 된 상상 211
비빌 언덕 ❘고루한 신파 217
낙엽 타는 소리 ❘쓸모없는 시간의 쓸모 223
나의 벗 A ❘B 선상의 아리아 230
에필로그 235
꽃 ❘김춘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쓸모없는 인간. 굳이 게으른 사람이 된 이유를 찾자면 이 말 때문이었다. 생업에 종사하며 겪은 작금昨今의 문명사회는 원시 공동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채집과 수렵에 재능 없는 개체는 무가치하다. 특히 타 부족을 약탈할 능력이 없다면 더더구나 쓸모가 없다. 내 집에 사는 개의 조상은 인간의 수렵을 보조하며 먹이를 공급받았다. 현 시대를 사는 개들은 다르다. 사료만 잘 먹어도 칭찬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럽다. 내 형편은 원시시대 개의 조상보다 나아진 게 없다. 나에게는 처진 귀나 크림색 모피코트가 없으니까. 풀지 못한 미제에 또다시 골몰한다. 돈 되는 일에 취약한 개체는 그저 루저 loser일 뿐이란 말인가. “친구야! 이번 주말에 놀러가도 돼?” 전화기 너머로 친구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A다. 며칠 후 전원 속 내 은신처는 불금을 맞은 직장인을 위한 펜션이 되었다. 호두나무로 만든 원목식탁은 소박한 안주 몇 가지와 술병으로 가득 찼다.
때늦은 표류의 원인은 삶을 누리기보다 그저 존재하는 방식으로 걸어온 데 있었다. 내 아버지처럼 책임감과 의무감이란 채찍을 견디며 쉼 없이 달려온 결과, 남은 건 ‘쉼과 여흥의 완벽한 결핍’이었다. 어쩌면 나는 직장이 아닌 빽빽한 빌딩숲을 떠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집과 집 사이에 산이나 강, 들이 있는 전원은 여백과 여유로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