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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8177803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3-01-31
책 소개
목차
거리의 여백
뒷골목에서
돈치 씨
재회
다시 읽기
금목서
녹색 의자
지난 세월의 길을 걷다
비 내리는 책방에서
편지
단골손님
피로연
A씨 이야기
마마
덤
사레쿠
같은 달을 올려다보며
인연
버스 정류장
투명한 손님
멀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
울보 여자들
단골 여관
콩콩콩
비밀의 밤
거리의 풍경
하늘과 보름달
우표 없는 편지
작은 것들
기린
깜박이는
우에키 수박과 편지
스티커와 스틱 도넛
악수
야호
유히와 아사히
변함없는 풍경
후기
이 책에 나오는 책과 잡지
리뷰
책속에서
슬슬 연필을 깎아주세요. 쓰기 시작하면 속도가 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스가 아쓰코, 문학동네, 2017) 같은 책을 만들고 싶어요. 이 카운터석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단편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오가와 씨는 단골손님과 친숙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책을 읽은 사람이 다이다이 서점을 와보지 않아도, 거기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글을 써달라고 했다. 코르시아 서점이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지만, 서점의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전해진다면 하는 마음으로 쓰고 있다. 그래서 오가와 씨의 이야기도 쓰고 있다. 틀림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이 글을 읽을 것이다. (…) 가끔 뚝뚝 끊어서 보내는 원고를 읽고 감상을 써서 보내거나, 은근슬쩍 부담을 주기도 한다. 다지리 씨의 원고가 활력소입니다, 라는 소리를 들으면 좀처럼 써지지 않는 글도 조금 속도가 붙는다. 물론 이런 게 그의 일이지만 고맙게도 한결같아서, 그래서 어떻게든 조금씩 쓰고 있다.
세상에는 저마다의 책에 오가와 씨 같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책과 만난다.
이 책이 몇 명의 독자와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첫 번째 독자는 이미 있다.
단골손님
고양이는 사람만큼 겉으로 나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시라다마는 어릴 때부터 순한 고양이였기 때문에 할아버지 고양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서점에 데려가지 않자 죽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잘 있냐고 주뼛주뼛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아직 건강하지만, 확실히 나이는 들었다. 이빨이 조금씩 빠지고 있고 근력도 약해지고 있는 듯하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털도 조금 푸석푸석해졌다. 하지만 나이에 대한 건 나도 모르게 잊어버리고 만다. 언제나 응석을 부리고, 손님들도 귀여워하며 내내 칭찬하기 때문에 할아버지 고양이가 됐어도 어리광쟁이다. 자기를 봐주길 바랄 때는 등에 매달리고, 아직도 장난감 낚싯대로 재롱을 부린다.
그다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 언제까지나 곁에 있어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건 기분 탓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같이 잘 때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면,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조금은 각오한다. 콩콩콩. 나랑 같이 살아서 좋았냐고 물어봐도 소용없는 것을 생각한다. 되도록 오래 이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나도 시라다마의 쌕쌕거리는 숨소리에 이끌려 눈 깜짝할 사이에 잠이 든다.
콩콩콩.
콩콩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