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8177841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5-07-25
책 소개
목차
동네에 작은 서점이 있다는 것 …… 008
수도꼭지와 눈물샘 …… 019
마침 읽고 싶었던 책 …… 029
뒷골목의 고양이 …… 041
단지 …… 052
머나먼 어딘가로 …… 063
지진 피해지와 말 …… 074
사카구치 교헤이에 대하여 …… 083
술김에 시를 사다 …… 094
찍히지 않은 것 …… 105
끝과 시작 …… 115
키요시로의 기일 …… 124
가게 …… 134
녹슨 함석 144
말 …… 154
자습실 …… 167
축하 …… 176
뒤돌아보다 …… 185
후기 …… 194
이 책에 나오는 책과 잡지 …… 197
책속에서
뒷골목에서, 풍경의 일부가 된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일상에, 작은 조각으로 남는다. 카운터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서점이라는 공간은, 그런 존재가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_뒷골목의 고양이
책을 읽고 있어도, 행간에서 마음이 떠돈다. 맨하탄을 서성이며 과거에 살았던 집에 간다. 이걸 여행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책과 몸 하나,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다. 우리에겐 상상력이라는 탈것이 있다. 어디에도 가지 않고, 여행을 한다. 그래서 폴 오스터가 첫 번째 아내와 생활했던 남프랑스의 집에도 갈 수 있다. 그들은 마을에서 떨어진 남쪽 땅에서 오래된 농가의 관리인으로 지내며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그들의 한겨울을 글로 따라가다 보면 타임과 라벤더 향기, 북풍의 매서움이 피부로 느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도 생각한다. 멀리 가지 않아도 그렇게 느끼는 순간은 많다. 차로 15분 거리의 호수에 가서 살랑거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물소리를 듣는다. 역의 승강장에서 미묘한 사투리의 차이에 귀를 기울인다. 낯선 지역의 술집에 들어가 그 지역의 안주를 곁들여 한잔한다. 소소한 일이라도 이런 경험은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그리고 그 색, 소리, 촉감을 비롯한 모든 것이 상상력을 길러낸다. 그렇게 축적된 상상력이 책을 읽는 재미를 한결 더한다.
_머나먼 어딘가로
말은 사람을 황홀하게 하기도 하고, 눈시울을 붉히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칼날이 되어 찌르기도 한다. 그래서 말을 너무 믿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러면서도 말의 힘을 믿고 누군가에게 건넬 때도 있다.
나쓰하샤라는 작은 출판사에서 나온 『작별 인사 후에』라는 책이 있다. 띠지에 “가장 큰 슬픔에”라고 적혀 있다. “죽음은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 단 하나의 시가 한 권의 책을 이루고 있다. (중략) 이 책을 처음 서점에 들이고 며칠이 지나, 한 손님이 두 권을 품에 안고 계산대로 왔다. 한 권은 선물용이었다. 이 손님과 손님의 소중한 누군가에게 슬픔이 찾아온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포장을 했다. 그때, 이 책은 갑자기 필요할 수 있으니 재고가 떨어지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찍히지 않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