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의 거울

잠깐만요! 10
나도 개발자나 해볼까? 22
굴레 38
실수 50
자유 64
마지막 열차 76
남겨진 자 88
육각형 퍼즐 108
투표 118
개표 130
매달린 절벽 148
맹인의 거울 162

“잠깐만요!”
조금만 밀면 두 명 정도는 더 탈 수 있을 것 같은 엘리베이터를 비집고 들어간다. 올해로 32살, 국내 시가총액 최상위권 제조기업 P사의 5년 차 대리 김영백, 엘리베이터 안 마지막 한구석을 수문장처럼 차지한다.

“… 바디 프로필, 클라이밍, 러닝, 오늘은 운동 완료, 독서 일기, 예쁜 장소, 좋은 음식… 멋지고 화려한 삶의 파편들이 눈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던 찰리 채플린이 SNS를 했다면 무슨 글을 올렸을까? 지쳐서 벌러덩 누워있는 나는 강 아래로 떠내려가는 뗏목이다.”

“나이도 서른둘이고, 이제 남자친구랑 결혼은 해야겠는데요… 직장은 서울에 있고, 서울에 집은 못 구하고… 수도권까지만 가도 좋겠는데 말이에요. ‘스크린’에서는 다들 집 안 사고 뭐 했냐고 그래요. 대출 안 받으면 바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