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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사람은 사랑에 이르다

그리하여 사람은 사랑에 이르다

(춤.명상.섹스를 통한 몸의 깨달음)

박나은 (지은이)
페르아미카실렌티아루네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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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사람은 사랑에 이르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그리하여 사람은 사랑에 이르다 (춤.명상.섹스를 통한 몸의 깨달음)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8219534
· 쪽수 : 222쪽
· 출판일 : 2024-07-30

책 소개

모두가 외로운 세상, 온전한 사랑을 만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우연한 일인 것처럼 아니면 너에게만 일어난 특별한 행운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보편의 이야기다.

목차

1부 섹시한 명상가

섹시한 명상가
9월 6일, '당신이 좋아요.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신비는 없다
섹스 명상
컨택 Contact
최고의 성인 性人
사랑의 마법
영혼의 일
점=우주


2부 몸과 영혼으로 돌아가는 길

꿈꾸는 나비 (상)
서울 이곳은
구멍에 빠지다-1
구멍에 빠지다-2
100일의 마법
감각 수집가
아티스트 웨이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길
여행
시간이 더해지는 제주
달밤의 회전
고마워
인도(India)
공방
요가원
꿈꾸는 나비(하 1)
꿈꾸는 나비(하 2)
어둠을 지나는 이에게

3부 일상이 된 신비

Long vacation
aloha
살풀이
Eu sei que vou te amar
식기 전에

회전이 가르쳐준 것
뒤돌아보지 마
취약한 영웅

저자소개

박나은 (지은이)    정보 더보기
딱딱한 의자에 앉아 글을 쓴다. 커다랗고 검은 나무들 사이에 깃드는 하얀 빛을 바라본다. 눈을 감고 몸속에 흐르는 에너지를 느끼며 춤을 추고 회전한다. 삶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몸 안에 깃든 커다란 힘을 만났다. 그 힘이 나를 춤추게 했고 글을 쓰게 했고 끝없이 사랑하게 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수카, 수피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숲속의 안식처를 찾아 여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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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죽음만을 생각하며 산 지 1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고장 난 뇌의 회로 때문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 만을 고민하며 살아왔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나는 겁이 많았다. 뛰어내릴 수도, 손목을 그을 수도 없었다. 죽기만을 바라며 사는 삶. 아무런 존재가치도 남아있지 않은 삶을 종결할 용기조차 없는 자신에 지친 나는 누워만 있었다. 그렇게 누워만 지내던 어느 날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죽어지지 않으니 살아야겠어.' 누워만 있어도 배는 고파왔고 나는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엄마가 차려주는 세끼의 밥을 꼬박꼬박 먹었다. 나는 절대로 죽지 못할 테고 이대로라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옥 같은 삶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었다. 그건 끔찍한 일이었다. 죽든가 아니면 제대로 다시 살아보든가. 나에게 남은 옵션은 두 가지뿐이었다.


나는 갑선이 오름에 있는 나무들을 사랑했다. 이리저리 휘고 뒤엉켜있는 거친 나무들은 원초적이고 야성적이었다. 특히 비 온 뒤의 검은 나무들은 거칠게 땅 냄새를 뿜어내며 생명력을 과시했다. 그들은 나무라기보다는 원시시대에 살았던 거대한 동물들처럼 보였다. 나는 나무들을 보며 경외감을 느꼈다. 그들은 신일지도 몰랐다. 여전히 어둠에 빠져있던 시절의 기억이 나를 덮쳐왔고, 가슴에 있는 텅 빈 구멍 같은 것이 느껴져 가슴이 쓰려왔다. 그와 동시에 살아있는 나의 몸은 격렬하게 사랑을 원했다. 나는 사랑을 나눌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럴 때마다 나무는 나의 애인이 되어주었다. 나는 오름 정상쯤에 있는 나무 중 가장 남성적인 나무를 꼭 끌어안았다. 그를 안고 눈물을 흘리며 내 모든 걸 털어놓았다. 그러면 나무가 나를 쓰다듬으며 대답을 해주는 것만 같았다. '괜찮아. 다 괜찮아.' 오름에서 내려갈 때 아무도 없는 음기 가득한 숲이 두려워질 때쯤이면 사라졌던 개들이 어디선가 나타났다. 나는 이곳에서 모든 생명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새롭게 얻은 여린 생명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이 섬에 깃든 모든 신들이 나를 보호하고 돌보며 내가 가야 할 길을 열어주었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알게 되었다. 그때 내가 겪은 일은 슬프고 화나는 일이라는 것을. 내가 했던 아니 당했던 섹스는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었음을. 내가 들어야 했을 말은 “고마워.”가 아니라 “미안해.”였다는 것을. 나는 나를 사랑하고 소중히 하는 게 뭔지 전혀 몰랐다. 나의 몸과 영혼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소울메이트를 만났을 때, 내 몸은 드디어 느끼기 시작했다. 느껴주지 않았던 아픔과 슬픔이 봇물 터지듯 터져 흘러나왔다. 나는 참아냈던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사랑과 기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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