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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312938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4-01-0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어린 여신
그곳에 있다
곁
고립 또는 삶
로그인
분명하고도 충분한
분조 씨의 자서전
숨
【작품론】 시대 현실을 탐색하는 사회학│신재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자의 영정은 다시 웃고 있는 것 같다. 여자는 늘 웃었다. 갑자기 떠나는 바람에 영정 사진도 없었다. 아버지랑 함께 찍은 한 장뿐인 사진을 오려 확대했다. 사진 속 여자는 청순한 이십 대 그 모습 그대로 마냥 웃을 작정인가 보다. 네팔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여자는 그렇게 이국땅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아버지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현실이 도대체 믿어지질 않는 모양이었다. 아버지와 나, 몇몇 친구, 우리 친척들이 그녀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직장을 잃고 갈 곳은 없었다. 반듯하게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시체 놀이 시간이 많아졌다. 삶은 무기력해져 가고 있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녀와 통화 시간만 점점 길어졌다. 부담이 없었고, 무어라 탓하지 않았다. 정말 고모보다 더 고모같이 살뜰하게 챙겨주었다. 말하는 것 자체로 위로가 되었다. 차츰 편안했고,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었다. 사람의 정이 느껴졌다.
무언가 알아 가는 즐거움에 할머니는 그즈음 세상에 새로 태어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상했다. 할머니를 바라보는 내 몸 어딘가에 가시처럼 반응하는 적극성은 충격이었다. 그랬다. 그것은 본능이었는지도 모른다.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는 본능적 행동. 나 자신을 바로 세워 가야 한다는 다짐은 행동하게 했고, 정신을 차리게 했다. 그 깊숙한 내면에 ‘나는 엄마다.’라는 강한 메시지가 할머니로부터 전해져 왔다.



















